꽃씨와 수녀
맑은바람
초겨울 햇살 속에
주인 잃은 물봉숭아
알몸 줄기 드러내고
오르르 떨고 있는
부시시 눈뜬 아침
액자창 너머로
짱짱한 여름 아침 햇살로
화안하니 웃음발 날리던
건너집 마당 아기수녀
꽃이 참 이쁘다며
물주는 당신 모습
더 아름답단 말 숨겼더니
편지봉투 하얀 속에
이태리 물봉숭아 까만 열매
소복소복 담아
창가에 남겨 둔 채
먼 데로 떠난 그녀
새 땅에 알록달록
오색 봉숭아 물안개로
피워 내리라
(2005.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