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물의 음덕-법정

맑은 바람 2009. 6. 8. 23:32

 

축복의 단비가 내린다.

온 국민의 애타는 열망이 하늘에 닿았나 보다.

 

어제는 등산을 포기하고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에게로 갔다.

짝수 달 셋째 일요일 오전 10시에 성북동에 자리한 <길상사>에 가면 틀림없이 와 계시는 분이 있다.

 

법정 스님.

종교를 떠나 마음 속으로 흠모하는 대상.

그의 글들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 주었던가.

 

한때 장안의 미인이란 미인은 다 모이고 정계의 내로라는 이들이 호기 있게 술잔을 주고받던 곳,

<대원각>-

그 자리에 지금은 마당 가득 불도들이 경건한 자세로 불전을 향해 머리 조아리며 연신 절을 하고 있다.

나는 멀찌감치 단풍나무 그늘 아래 자리잡고, 카랑카랑하며 굵고 힘 있는 그분의 법문에 귀기울였다.

 

'물의 음덕'이 오늘의 화두다.

 

          --이 세상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겸손한 것은 없다.--

 

*자신의 몸을 더럽히면서 남을 씻어주며

그릇의 모양을 탓하지 않고 그 모양에 따른다.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으면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언제나 낮은 데로 흐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어제의 그 물이 아니다.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서로 다투지 않는다.

*여러 강물이 바다에 이르면 본래의 이름을 잊고 한 맛이 된다.

*때로는 구름으로, 안개로 모양을 바꾸어 햇빛을 가려주고,

서리로 변하여 계절을 알려주며, 삭막한 겨울엔 흰눈으로 내려와

포근하게 대지를 감싸준다.

 

--오랜 가뭄으로 강이 마르고 저수지가 말라갈 때, 내 자신의 저수량(내게 주어진 시간의 잔고)을

돌아보며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아끼며 소중하게 쓸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2001.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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