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글을 읽어보라고 아이들에게 가끔 보여 준 적이 있다.
“엄마, 글 좀 다르게 쓸 수 없어요?”
‘? ? ?’
“좀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희망을 줄 수 있는 그런 걸로요.”
‘이 짜슥이--, 내 글이 어때서--’
슬그머니 비위가 상했다.
그러다보니 옥신각신하는데, 지 에미 하는 일엔 무조건(?) 호의적인 작은아이가 껴든다.
“어떤 글인데요?”
읽어보더니,
“좋은데, 뭘!” 한다.
내친 김이라 여기는지 큰아이가 다시 쓴 소리를 한다.
“엄마 글은 두 가지 특성이 있어요.
하나는, 남을 가르치려 드는 거고 또 하나는 냉소적이라는 거예요,
엄마 글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도 있는--”
완전히 석유 쏟아붓고 불지르는 격이다.
인내심을 발휘해 가만히 듣고 나니 등골이 서늘해 왔다.
얼마나 가볍게 글을 써 왔던가?
사람들은 당연히 재미있어 하며 내 글을 읽어 줄 거라는 안이함 속에서--
이제껏 내 글이 못마땅함에도 아무 소리 않고 너그럽게 보아준 이들에게
새삼 고맙고 미안하다.
앞으론 좀더 겸손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펜을 들도록 해야겠다,
아들이 바라는 그런 글을 위해--
(2002.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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