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렁울렁 울렁대는 처녀 가슴--
오징어가 풍년이면 시집가요-'
학창시절엔 트위스트가 뭔지도 모르고 지나갔는데, ‘울릉도 트위스트’를 부르려니 트위스트도 함께
춰야지--
대학 졸업하던 해에 포항 근처 시골학교에 1년간 근무하면서 여름방학 때 가보았던 울릉도를 33년
만에 다시 찾게 되었다.
그때는 꼬박 9시간을 밤바다 위에서 출렁거리며 오장육부가 함께 출렁거려, 아침에 선착장에 닿았을
땐 모두가 거지꼴이었는데--
이번엔 300명 가까이 태운 배가 묵호항을 출발해, 3시간 만에 도동항구에 닿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밤바다로 나갔다. 뉴질랜드 어느 항구에 와 있는 기분--
이튿날 오전엔 내륙 관광-
해안 마을 이곳저곳을 거쳐 그 옛날엔 온통 오렌지빛 나리로 덮여 있었다는, 산굼부리의 4배나 되는
분지 <나리마을>에 이르러 울릉도 특산물인 더덕, 명이나물, 취나물과 동동주로 요기하고 오후엔
해상관광 길에 올랐다. 잉크를 풀어놓은 듯한 빛깔, 코발트 불루, 옥빛의 바다-섬 일주를 하는 동안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각양각색의 섬빛깔- 멀미가 저만치 달아난다.
2박3일의 여정 중 마지막 날엔 984m의 성인봉에 올랐다.
산 밑에서부터 오르려면 10km나 되는 길이라 가다가 지치고 만단다. 그래서 안평이라는 곳까지 영업용
택시를 타고 갔다.
언제부터인가 울릉도는 천혜의 관광지로 알려져 선장, 택시기사 등 섬주민이 모두 전문가이드가 되어,
아주 친절하고 유머러스하고 세세하게 울릉도를 알려 준다.
애향심이 절로 우러나겠다.
정상을 바라보며 3km 떨어진 곳에서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태고의 원시림에 뱀이 없다. 섬 전체를 덮고 있는 향나무 때문이란다.
정상을 향한 길은 언제부터 쌓이기 시작했는지 모르는 부엽토로, 검고 부드러운 촉감이 전해 오고
길 양 옆은 대나무 숲이 우거져 바람 소리가 서늘하다.
골짜기엔 역시 이곳 자생식물인 고비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기분이 날아갈 듯해서 씽씽 내달으니 누군가가
“여자 빨치산이다”고 외친다.
성인봉 정상에 오르니 발 아래로 끝간 데 모르게 검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연안의 집들은 구름 속에
자취를 드러냈다 감췄다 한다.
-태고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섬 울릉도.
물이 풍부하고 깨끗해서 미인이 많다는 섬.
그 섬에 미련을 남기고 떠나왔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200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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