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골목 이름이 <앵두나무길>이다.
그런데 처음 이사 와서 이집저집 기웃거려봐도 앵두나무가 보이질 않는다.
수십 년 전에는 필경 이 동네에 앵두나무가 많이 있었을 텐데--
종로 5가 나무시장에서 어린 앵두나무 하나를 가져다 심었다.
이제 10년 가까이 되니 가지가 제법 굵어지고 올해는 유난히 많은 가족을
거느려 보기에 흡족하다.
앵두나무를 볼 때마다 그 '우물가 정경'이 어땠을까 그려지곤 하는데--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 났네
물동이 호미 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담봇짐을 쌌다네~"
(2009. 6. 12 금)
햇살 바람 잎사귀야, 고맙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벌레가 왔다갔구나
저 흰 계단 오르내리며 앵두의 계절을 기다렸지
비둘기에게도 참새에게도 몸보시하는 앵두
줄기야, 너도 고맙다
그려봐!
그늘도 익혀 주는구나
혼자 여럿이
맑다 못해 투명하구나
맛 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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