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온 지 두 해째 되는 해다. 대문 쪽 수수꽃다리(라일락) 아래 볼품없이 피어 있는
풀나무의 정체가 뭔지 궁금했다. 꽃도 피우지 않고 잎도 별로 볼품없이 ‘나도 나무’정도로만
존재하고 있었다.
“여보, 이 나무 내년에도 이러구 있으면 잘라 버립시다. 뭔 나문지도 모르겠고--”
말귀를 알아들은 것같이 다음 해에 눈부시게 하얀 꽃이 피었다.
아니, 이게 무슨 꽃이지?
백합일까? 작약일까? 모란? 연일 인터넷을 뒤지고 나서야 ‘하얀 모란’임을 알았다.
그리 흔히 눈에 띄지 않는-
해마다 꽃의 수를 늘리더니 올해는 일곱 송이의 꽃을 피워 올렸다. 잎도 풍성하고--
내 앞에 이렇게 황홀한 모습으로 서 있는 하얀 모란의 오늘은 알고 보면 영감 덕이다.
꽃을 감상하고 좋아라 할 줄만 알았지, 거름 한 번 안 준 나에 비해, 퇴비도 사다 뿌려주고
가끔은 농약도 쳐 준 남편 덕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2009. 5. 8 어버이날에
10대소녀
15세
18세
또래
20~30대
30대?
막내가 드디어 꽃을 피우다
쭉정이가 된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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