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장사(七長寺) 절밥
‘사람을 내편으로 만들고 싶거든 배불리 먹여라.’
어느 날 아침 텔레비전을 보다가 진행자가 한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절밥이 아니었어도 그 절은 우리 역사 속의 이름난 인물들이 거쳐간 곳으로 알려져서
이름 없는 나도 한번쯤 가보고 싶었다.
토요일 아침 서둘러 중부고속도로를 달려 안성 땅으로 들어섰다.
한 시간 남짓 달리니 <칠장사> 이정표가 눈에 띄기 시작한다.
서울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게 주변 풍광이 그윽하면서 아름답고 마을 이름들이 예사롭지 않다. 어제까지 비가 억수로 쏟아져 거리며 나뭇잎들이 깨끗하게 반짝거리고 바람에 실려 오는 공기가 상쾌했다.
칠장사 길로 접어들어 조금 가다보니 <극락마을>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저곳에 살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지 않아도 되나? 뒤에 다시 와서 극락마을에서 하룻밤 자 보고 싶다.
조금 더 달리니 이번엔 <묵언(黙言)마을>이라는 안내판이 나타났다.
마을입구엔 장승들이 도열해 있고 안쪽으로 황토로 벽을 바른 커다란 이층 건물이 하나 있고 여기저기에 굽은 나무 기둥으로 세운 빈 원두막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칠현산이 병풍 두른 곳에 자리한 칠장사 절 마당에 들어서니 있을 건 다 있는데 전체적으로 어수선한분위기였다. 여기저기 기왓장을 쌓아 놓은 것으로 보아 공사가 진행 중인 모양이다. 대웅전에 '만등불사'니 '토지 매입 중'이니 하고 현수막을 내걸었으니 머잖아 '대웅전'과 '영통전'의 퇴색한 단청과 현판도 사라질 것 같다. 낡아가는 옛것을 잘 손질해서 보존하는 일이 어려운가 보다 ‘명부전’으로 돌아드니 건물 외벽엔 임꺽정을 비롯한 칠인의 도적, 어린 시절 궁예의 활쏘는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드라마 <임꺽정>의 인물들이 그려진 걸로 보아 그림을 그려 넣은 지는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다.
불자도 아닌 그이가 갑자기 소원을 빌 게 있다며 관음보살을 모셔 놓은 ‘원통전’으로 들어가 공손히 엎드린다. 650년 전 나옹선사가 심었다는 나옹송 바로 앞 ‘나한전’엔 수험생 부모들이 빼곡이 들어차서 열심히 절을 올린다.
어사 박문수가 서른둘의 나이에 이곳에 들러 절하고는 장원급제했다는 이야기에 기도발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 있었던 모양이다. 이외에도 영창대군의 모친 인목대비가 남편과 아들의 명복을 빌러 다니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칠장사 일주문
병풍 두른 칠현산
샘이 말랐나 보다~
대웅전-이 모습은 곧 사라지겠지?
죽림리 삼층석탑(경기도 유형문화재 179호)
안성 봉업사 석불 입상(보물 983호)-광배 안의 세 화불이 이채롭다
석불입상 옆의 미니 부처님 동산
대웅전 뒷면 꽃창살문
혜소국사비-고려 문종 때 칠장사를 크게 일으킴
나옹송(고려말 王師 나옹선사가 심었다 함)
절 옆쪽으로 오래된 약수터가 있어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공양간으로 갔다.
12시가 조금 넘은 때라 정갈한 반찬이 얌전히 엎드려 개시 손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갓 지어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밥과 고사리, 도라지나물, 상추, 고추장 된장, 야채전, 미역냉국 등을 커다란 접시와 국그릇에 각기 담아 들고 뿌듯한 마음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반찬들이 담백하고 간이 알맞았다. 접시에 음식을 남겨서는 안 된다고 한마디씩 하며 누구는 밥 몇 숟갈을 더, 누구는 고추장을 조금, 누구는 상추를 더, 누구는 떡을 더 가져다 먹었다.
배불리 흡족하게 먹게 해주어 공양주에게 고맙다며 친구는 주방으로 들어가 설거지 봉사를 한다. 누구는 대웅전 불전함에 밥값을 넉넉히 넣어야겠다며 불당으로 갔다.
보기는 그렇지만 물맛은 좋다
퇴색한 아름다움
궁예 5세 시 활 연습도
혜소국사와 7인의 도적-이들이 후에 七賢이 되어 <나한전>에 모셔짐
임꺽정과 그의 부하들
임꺽정의 스승 병해대사
칠장사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많은 것을 보여주고 또 배불리 먹이니
중생은 부처님의 가피를 입고 한없이 행복했다. (2009. 7. 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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