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본격적인 여름이자 후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직은 대낮에 땡볕이 쏟아지다가도 아침저녁으로는 바람이 풀 향기를 실어옵니다.
짜증나고 힘든 일상 속에서도 정다운 친구로부터, 먼 옛날의 그리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나 편지는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되어 폭염을 견디게 해 줄 것입니다.
복더위에 서로 만나 삼계탕, 보신탕이라도 나누며 이 여름을 강건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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