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애송시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맑은 바람 2009. 7. 31. 23:13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본격적인 여름이자 후반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직은 대낮에 땡볕이 쏟아지다가도 아침저녁으로는 바람이 풀 향기를 실어옵니다.

짜증나고 힘든 일상 속에서도 정다운 친구로부터, 먼 옛날의 그리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나 편지는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되어 폭염을 견디게 해 줄 것입니다.

복더위에 서로 만나 삼계탕, 보신탕이라도 나누며 이 여름을 강건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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