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애송시

도봉산에서/ 신규호

맑은 바람 2010. 6. 1. 09:57

***요새는 신문이고 거리고 지하철이고 널린 게 시다.

놀랍게도 제목이 '시'라는 영화까지 나왔다.

이름난 시인의 좋은 시도 있고  '워매, 저런 거도 시인겨' 싶은 시나부랭이도 많다.

 

그들 중에 볼 때마다 '참 좋구나' 싶은 시 한 편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시내로 들어가는 <한성대 입구 역> 지하철 승강장 벽에 걸려 있는 이 시를

오며가며 볼 때마다 한 줄씩 외어 보았다.

단어 하나하나 버릴 게 없다.  이분은 내공이 깊은 시인임에 틀립없다.

 

 

 

도봉산에서 

                             신규호


 도봉산 멧부리 바위 끝에

혼자 앉은 마음으로

늘 그렇게 살아갈 일이다.


책갈피 뒤적이듯

마음속이나 살피면서

나뭇잎 제껴 보는

푸른 바람으로 살 일이다.


욕망 하나 하나

바둑알 놓듯

집지어 들어앉아 잠재워 가면서


가슴속

사나운 수리매 한 마리 길들이며

살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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