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신문이고 거리고 지하철이고 널린 게 시다.
놀랍게도 제목이 '시'라는 영화까지 나왔다.
이름난 시인의 좋은 시도 있고 '워매, 저런 거도 시인겨' 싶은 시나부랭이도 많다.
그들 중에 볼 때마다 '참 좋구나' 싶은 시 한 편이 내 마음 속으로 들어왔다.
시내로 들어가는 <한성대 입구 역> 지하철 승강장 벽에 걸려 있는 이 시를
오며가며 볼 때마다 한 줄씩 외어 보았다.
단어 하나하나 버릴 게 없다. 이분은 내공이 깊은 시인임에 틀립없다.
도봉산에서
신규호
도봉산 멧부리 바위 끝에
혼자 앉은 마음으로
늘 그렇게 살아갈 일이다.
책갈피 뒤적이듯
마음속이나 살피면서
나뭇잎 제껴 보는
푸른 바람으로 살 일이다.
욕망 하나 하나
바둑알 놓듯
집지어 들어앉아 잠재워 가면서
가슴속
사나운 수리매 한 마리 길들이며
살아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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