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애송시

고향 / 이성부

맑은 바람 2009. 9. 18. 11:33

고향

이성부 지음

나를 온통 드러내기 위해서
너에게로 간다.
나를 모두 쏟아버리기 위해서
맨 처음처럼 빈 그릇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너에게로 간다.

네 곁에 드러누워 하늘 보면
아직도 슬픔들 길을 잃어 어지럽고
깨끗한 영혼들 아지랑이로 어른거리느니.
너를 보듬고 살을 부벼
뜨거워진 몸
눈감아서 더 잘 보이는 우리 사랑!

너의 노여움 어루만지기 위해서
너에게로 간다.
우리 사랑 묶어두기 위해서
함께 죽기 위해서
너에게로 간다.


***산이 무너지고 강이 막혀도 허위허위
고향 찾아가는 행렬이 부럽다.

서울에서 나서 자라 사는 사람들
명절이 되도 갈 곳이 따로 없다.

선물보따리 주섬주섬 챙기고
자식새끼 뒷자리에 앉히고,

설레는 가슴으로 고속도로를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눈시울 붉어지는 고향 그 고향
향해가는 마음들

마냥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