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이성부 지음
나를 온통 드러내기 위해서
너에게로 간다.
나를 모두 쏟아버리기 위해서
맨 처음처럼 빈 그릇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너에게로 간다.
네 곁에 드러누워 하늘 보면
아직도 슬픔들 길을 잃어 어지럽고
깨끗한 영혼들 아지랑이로 어른거리느니.
너를 보듬고 살을 부벼
뜨거워진 몸
눈감아서 더 잘 보이는 우리 사랑!
너의 노여움 어루만지기 위해서
너에게로 간다.
우리 사랑 묶어두기 위해서
함께 죽기 위해서
너에게로 간다.
***산이 무너지고 강이 막혀도 허위허위
고향 찾아가는 행렬이 부럽다.
서울에서 나서 자라 사는 사람들
명절이 되도 갈 곳이 따로 없다.
선물보따리 주섬주섬 챙기고
자식새끼 뒷자리에 앉히고,
설레는 가슴으로 고속도로를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눈시울 붉어지는 고향 그 고향
향해가는 마음들
마냥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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