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오가는 정

<스승의 날>에 정군의 편지

맑은 바람 2010. 5. 14. 22:16

 

 

****제자의 편지***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으셔서요. 요즘은 멜도 잘 안 읽으시고...

이 작은 소식으로 스승의 날 선물 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지난 4월 4월 4일부터 한 달여의 기간 동안 '김수환 추기경님 추모 사진전'이 명동 성당에 이어

열렸고, 김수환 추기경님 친필 원고 '하늘 나라에서 온 편지' 독후 감상문 공모를 했는데,

이것도 글이라고 상을 다 주네요. 분당 성 마태오 성당 교우 13,000여 명을 대표해서 받았으니

기쁘긴 하네요. 상~ 참 오랬만에 받아 보네요~

 

김수환 추기경님 추모 사진전 및 하늘 나라에서 온 편지 감상문

 

지난 1 1일부터 마태오 성당에서 나누어 준 달력을 펼치어 거니, 김추기경님께서

환히 웃고 계시는 모습이, 마치 벽을 하나 가득 채운 것처럼 크게 방을 채운다.

문 옆에 걸린 달력 탓에 들락거릴 때마다 추기경님과 눈이 마주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추기경님을 흉내 내서 바보처럼 히히히 하고 웃고 지나가게 된다.

웃음 소리뿐 아니라 내 얼굴까지 저절로 어릿광대처럼 장난이 넘치게 된다.

라디오만 갖고 사는 내 생활은 거의 대부분이 평화 방송 라디오와 함께 하기에,

마태오 성당에서 추모 사진전 하기 전에 방송을 통해, 하늘 나라에서 온 편지

김수환 추기경 추모 영상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가 출간 된 정보를 일찍 접하고

즉시 구해, 추모 영상을 통해서 가슴이 푹 젖는 피정의 시간이 됐었다.

 

마음의 눈꼬리가 사납게 치켜 오르는 현대인에게 자동차 헤드 램프는 더한 자극을 주는

세상인데, 눈썹은 물론 콧털까지 희끗하시고 여기저기 검버섯이 피어 겸손히 내려 앉은

눈가엔 장난기 많은 아이 같은, 권위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김수환 추기경님 얼굴.

얼굴은 살아온 나날로 형성된 인격의 집합체인 것 같은데, 추기경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세상을 견디느라 긴장했던 내 마음은, 편안함으로 삶의 힘겨움을 잠깐이라도 잊게 된다.

 

쪼그리고 앉아 하늘 나라에서 온 편지 속의 추기경님 말씀을 잘근잘근 씹어 맛있게 꼴깍꼴깍

삼키다 보면, 그 옛날 지붕 낮은 시골집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밥하는 연기처럼 아늑함에 빠진다.

어디 한군데도 심오한 성경 구절을 복잡하게 설파하시는 어려움이 없고, 어디 한군데도 인생의

깊은 철학 속을 헤집으며 내가 명색이 추기경이다 하시는 권위도 없다.

당신 말대로, 그 똑똑하고 치밀한 논리로 무장해서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 보기엔 조금은

바보 같은, 아니 진짜 딴 세상 사는 조금 모자란 사람처럼 치열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86 6월 항쟁 때 백골단을 피해 명동 성당에 숨은 시위 학생들을 내놓으라는 야구 방망이만한

진압봉을 든 경찰 앞에, 맨 앞에서 신부님 수녀님들과 함께 팔짱을 끼고

나를 밟고 지나 가라 하시며 당신의 전부를 그냥 내 주시는 아버지 같은 꾸며지지 않은 자연스러움.

 

수환 추기경님! 73년에 추기경님께 견진 받은 요한 보스꼬예요.

추기경님께선 직접 하느님을 뵌 적도, 하느님의 소리를 들은 적도 없다 하셨지만,

저는 추기경님을 보고 추기경님의 말씀을 읽노라면, 추기경님을 통해서 하느님을 뵙고

하느님 소리를 들어요. 하늘 나라에서 잘 계시죠?

성모님께 졸라 주세요. 거룩한 순교자의 이 땅에 눈물 젖은 이들이 많아요

  정 요한 보스꼬

 

 

***정군에게***

올 <스승의 날>에 받은 최고의 선물이다^.^

교직을 떠났어도 가끔씩 

여기저기에서 꿋꿋하고 장하게 살아가고 있는 제자들이

잠시 잠깐이라도 옛 선생님을 기억하고 안부를 전해오니

그게 바로 교직의 보람이 아닌가 싶다.

 

학창시절 국어 잘하던 솜씨가 언젠가는 드러나게 돼 있구나.

정말 잘했다.

이 일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 틈틈히 글쓰기도 계속하고

네 삶에 조그만 활력소가 되었으면 싶다.

여기 작은 꽃다발로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정요한보스꼬,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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