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낡은 몸'을 가리켜 천연기념물이니, 골동품이니 하며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아무래도 내 몸은 중고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십대에 이(치아) 수리를 시작으로 여기저기 수리하고 보수해서 그럭저럭 잘 써왔다. 그런데 한 달여 오른쪽 무릎 부근에 이상 증세가 보였다.
정강이 뒤쪽이 걸을 때마다 당기고 장딴지도 만지면 통증이 전해온다. 운동 부족이거나 자세가 나빠서 생긴 증세거니 하면서 헬스회원권도 새로 끊고 공원길도 더자주 오르내렸다. 그러면서도 20km 걷는 <성지 순례>도 다녀오고 제주도 <사려니 숲길> 5km도 걸었다. 무리인 줄 알면서 억지를 부렸다. 그 결과 돌아올 무렵엔 다리를 질질 끌고 다녔지만--
가끔 다니는 한의원에 들렀더니 ‘좌골신경통’이란다. 한 이틀 침을 맞고 별 차도를 못 느낀 채로 여행을 떠났었다. 돌아온 후 상태가 악화된 것 같아 관절 척추 전문병원을 찾았다. 우선 엑스레이를 찍고 원장의 진료를 받는데 엑스레이 상은 별 문제가 없다면서 무릎 여기저기를 만져보며 아프지 않느냐고 묻는다. 특별히 아픈 데가 없는 것 같다고 했더니 다리를 안쪽으로 접으라고 하더니 확 비튼다. 순간 ‘으-악’ 소리를 질렀다.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안 나왔다. 멀쩡한 사람도 그렇게 비틀면 아플 텐데, 그렇지 않아도 조심조심 움직이는 사람의 다리를 우악스레 비틀다니-그러더니 정강이 뒤쪽에 뭐가 끊어졌는데 수술을 하고 한 이틀 입원해야 된단다. 그러면서 MRI 촬영을 지시한다. 얼떨결에 촬영 예약을 끝내고 기다리고 앉아 있으니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른다. 아픈 사람 다리를 무지막지하게 비틀지 않나, 다짜고짜 수술을 하라지 않나--도무지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아 MRI 촬영 예약을 취소하고 지인을 만나러 갔다. 지인은 강남역부근의 방사선과를 안내한다. 최신 설비를 갖춘 곳이라 정확한 진단을 내려줄 거라고. 전화 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춰 병원엘 갔다. MRI 촬영 결과, 담당 의사는 관절에 물이 차서 통증을 느끼는 거라고 한다. 소염제를 처방해 준다.
한 증상에 세 사람이 제각기 다른 진단을 내린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최신 의료기기에 의존, 검사만이 능사가 돼 버린 이 시대에, 증상을 깊이 살피고 그 원인을 찾아낼 줄 아는 진정한 명의는 어디에 있는 걸까?
(2009. 9. 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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