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무릎 통증-증세와 진단(2)

맑은 바람 2010. 6. 7. 15:43

명쾌한 의사를 만나다 

 

오른쪽 무릎 이상은 생활의 리듬을 깼다. 길에 나서면 저절로 다리를 살짝 절게 되면서부터 마음도  평상심을 잃고 자꾸 이 병원 저 병원을 기웃거리게 되었다.

한 달 만에 MRI 찍은 병원에서 예약해 준 동네 종합병원엘 갔다. 한두 달 전에 예약을 해야만 의사를 만날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병원, 나도 모르게 특진 예약이 되어 있어서 일반 진료보다 비쌌다.

‘아무려면, 제대로 진료나 해준다면야~’

병원 업무가 세분화 되어 처음 왔거나 몸이 많이 불편한 사람은 혼자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여간 힘이 들지 않게 생겼다. 어렵사리 접수하고 대기실에 앉았더니 한참 후에 간호원이 부른다.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고 조근조근 묻는다. 다른 병원에서 방사선 촬영하고 MRI 찍은 결과 의사로부터 들은 말을 기억나는 대로 전했다. 진료실 문밖에 써 있기로는 설명간호원이 자세하게 병 상태를 설명해 준다더니 그저 요것저것 묻고는 그만이다. 마침내 특진의사가 나타나고 이미 간호원으로부터 입수한 내용을 쓰윽 훑어보고는

“반월판 연골이 찢어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하면서 말끝을 흐린다. 꽤 비싼(?) MRI 판독비까지 지불하면서 특진 의사로부터 들은 말은 고작 그 한마디였다. 그러면서 계속 아프면 한 달 후에 수술여부를 상의하자며 한 달 치 처방전을 써준다. 약국에서 물으니 진통제와 소화제란다. 진통제를 한 달씩이나 먹으란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다리는 점점 더 아파오고 걷는 일조차 부담스러워 집 가까이에 있는 한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문제는 무릎에 있지 않고 허리와 고관절에 있는 것 같단다. 그러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했다. 요가선생도 늘 그렇게 말했으니-- 어느 정도 신뢰를 하고 침을 맞으니 일단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처음 며칠은 차도가 있는 듯했다. 고비는 넘겼으나 다리를 끌며 돌아다니는 걸 본 친구가

“왜 그러고도 내가 소개해 준 병원엘 가지 않느냐?”고 나무란다.

 

 어디선가는 정답이 나오겠지 하며 마지막 히든카드를 꺼내는 기분으로 면목역 부근의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의사는 딱 잘라 말했다.

“그 나이에 무릎이 아프다는 사람에게 MRI를 찍자고 하는 건 잘못된 겁니다. 방사선 촬영 하나만으로도 상태를 알지요. 움직여야 삽니다. 계속 자전거 타고 많이 걸으세요.”

혹시 더 아파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라 했더니,

“더 아파질 확률보다 좋아질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퇴행성 관절염의 시작이니 부지런히 움직여서 근육을 키우십시오.”

묵은 체증이 뻥 뚫리는 듯하다.

‘맞습니다. 제가 듣고 싶어 하던 말씀입니다. 당신이야말로 이 시대의 명의입니다. 고맙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

‘자, 누워서 자전거타기 1000번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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