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꺼내 다시 읽으니 새롭고 부쩍 흥미가 동한다.
그가 족적을 남긴 모든 길에--
아무래도 올여름 <안좌도> 여행을 떠나야 할까 보다.
우선 부암동 <환기미술관>을 다시 가 보고
그 아내 김향안의 저서<월하의 마음>을 읽은 후에
안좌도행 배를 타러 가야겠다, 이 장마가 잠시 주춤하거든~
“신기한 것들이 너무 많아 정착하기가 힘들어.”
‘emptydream’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어느 우수 블로거 운영자가 한 말이다.
만화를 그리고 타로점을 보고 세계각지를 여행하는 삶을 사는 젊은이의 말이 귀에 쏙 들어오고
곽재구도 그래서 <예술기행>이니 <포구기행> 같은 책을 썼나 보다 생각한다.
시인, 소설가, 화가, 음악가들이 살았던 고향마을들을 여행하는 일은 누구나 즐겁다.
나도 틈날 때마다 이곳저곳 문학기행한 곳이 꽤 된다.
안성의 조병화문학관, 질마재의 서정주문학관, 신석정생가, 영랑생가, 신동엽의 시비, 설악의
만해문학관-- 그리고 서울의 만해생가, 최순우 생가, 이태준 생가-다 우리동네에 있는 집들이긴
하지만-우리나라에도 이렇듯 문학관이나 생가가 복원되거나 잘 유지되는 걸 보면 문화수준이
꽤 높아진 것 같다. 50년대 60년대엔 꿈도 꾸어 보지 못할 일들이 지금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내 나라가 자랑스럽다. 정치가들이 날마다 泥田鬪狗(이전투구)하는 모양새를
연출할망정 --
사람 중심의 도시 정비, 자연환경을 생각하는 어른들, 도농 직거래를 통한 농촌의 높아지는
부가가치--희망이 보이는 우리의 미래다.
누가 뭐래도 지금의 60대 초반은 세월을 잘 타고 난 셈이다. 비록 냉전시대이긴 하지만 전쟁의
참상을 겪지 않았고 20대에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 되서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할 수 있었고
90년대 이후 노인 복지정책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 지금은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리게 되고-
다만 지금 휘청거리는 세계 경제 속에서 좌불안석하는 3, 40대 우리 자식들이 문제이긴 하지만-
이 글에 소개된 곳들 중 대부분은 이미 다녀본 곳-
<역마>의 배경인 섬진강 화개장터, 서정주의 선운사와 질마재, 신동엽과 신경림의 금강과
목계장터, 윤두서와 정약용의 해남 녹우당과 다산초당, 윤이상의 충무--
그밖에 슬그머니 궁금증을 자아내는 곳, 그래서 어느 날 그곳을 향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그런 곳들 중심으로 써 둔다.
**이성복의 <남해 금산>과 미조 포구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
-이성복의 <남해금산>
이성계가 수도했다는 금산, 왕 위에 오르면 이 산을 비단으로 덮어주겠다고 맹서했기에 후에
관념의 비단으로 휘감은 것이 그 이름 ‘錦(금)산’이라고. 미조(미륵이 돕다)포구는 작고 아늑하단다.
**김환기의 고향-
전남 신안군 기좌도 읍동(목포 연안여객선 터미널에서 <안좌도>행 승선)
부유한 가정환경, 훤칠한 인물, 운동, 그림, 글씨, 음악면의 뛰어난 재능, 배필 김 향안, 국립 서울대
교수라는 사회적인 위상- 어느 것 하나 빠진 데 없이 완벽한 사람, 아무리 가까운 친척에게도
절대로 그림을 거저 주는 법이 없고 공짜 술은 절대로 마시지 않는 사람- 그래서 그것들이 매력이
되는 사람의 흔적을 더듬어 보고 싶다.
그가 2회로 졸업했다는 안좌초등학교, 지금 안좌초등학교 관사로 쓰이고 있는 그의 생가-
달과 이조백자를 주요 소재로 삼은 화가이니 읍동의 달구경은 필수, 김환기의 대표 색조인
코발트블루와 검푸른 빛의 원형인,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를 꼭 보아야겠다.
양귀비 피어나는 계절에 가면 그의 집 뜰의 양귀비도 볼 수 있을까?
**진도-소리를 찾아서
전에 갔을 때의 진도는 모텔만 빼곡히 들어선, 세속에 물든 진도였다.
나는 진도개도, 진도의 소리도 듣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래서 다시 가봐야 한다.
<운림산방>, <향토민속박물관>은 절대로 가지 말고.
무형문화재 51호 조 공례의 소리,
진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길, 꽃으로 덮인 집, 임회면 남동리 김봉길씨의 집과 정원은 꼭 봐야
한다. 그리고 <민속 문화 전수회관>에서 '씻김굿' 공연을 보고 와야겠다.
마을의 굿판과 출상 행렬을 볼 수 있게 된다면 금상첨화고.
** <메밀꽃 필 무렵>의 고장 봉평의 운두령
운두령(1089m) 밤길은 메밀꽃이 소금 뿌린 듯한 여름철(8~9월)에 가야 제격이겠지?
그러면 어디선가 두런두런 들려오는 허 생원과 동이의 이야기와 섬강에서 버스 추락사고로 먼저 간
아들과 아내의 뒤를 따라, 33세에 삶을 내려놓은 장 재인과 최 영애의 밀어를 들을 수도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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