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장식장을 그득히 차지하고 있는 앨범들-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고 열심히 찍어댄 결과 꽤 여러 권이 되었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 중 보기에 그럴 듯한 것이 있어 아이들에게 보라고 하면 영 흥미 없는 눈치다.
“자, 좀 봐 줘라.”하고 갖다 들이대도 시큰둥, 예의상 잠시 보는 척한다.
그래, 살아가기도 바쁜데(?) 뭐 옛날 들출 새가 있겠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없애 자니 어쩐지 서운하지 싶어 컴퓨터에 한 권 정도의 분량만 추려서 정리해야겠다고
스캐너를 샀다. 의외로 방법이 쉬워서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몇 번씩 떼었다 붙였다 해서 다시 떼는 과정에서 찢어지는 것도 있고 이런 걸 뭘 신주단지처럼 모셔 놓았나 하는 것들도 있다. 더러 이름은 떠오르지 않지만 낯익은 얼굴들-이미 고인이 된 친구도
여럿 눈에 띄고 멀리 떠나버려 소식을 알길 없는 친구도 있어 소식이 새삼 궁금해진다. 다행히(?) 내 주변엔 성형수술을 해서 몰라보게 달라진 친구들은 없어 옛날 모습 속에서 쉽사리 지금의 얼굴을 찾는다. 세상에 단 한 번뿐이 아닌 것 아무것도 없지만 큰돈 들여 다녀온 해외여행 사진들은 글과 함께 보면 다시 여행에 오른 느낌이 들어 잠시 시간을 잊고 행복에 젖는다.
젊어서는 자신의 모습에 이런 저런 불만을 품고 맘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수 십 년을 보고 또 보니 이제는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만족하고 정겨움마저 느낀다. 영혼의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 육신일망정 잘 관리하고 보존해서, 보고 싶은 것 잘 보고, 말귀 어두워 상대방 답답하게 하는 일 없게 하고, 다니고 싶은 데 잘 다닐 수 있다면 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2009. 8. 19 수)
아, 옛날이여~ (1962년~1967년 사진들)
1962년 여름-그때는 학교 안에 사진사 아저씨가 있었다.
1962년 10월 중 3 때
1962년 10월-희자야, 어디서 뭐하니?
1963년 5월 3일 고 1때 태능 소풍
1963. 8. 4 충남 당진 농촌봉사활동 중
1963년 10월 22일 서오능 소풍-맨날 능으로만 소풍을 다녔지!
1964년 고 2 때 봄? 소요산 소풍-토실토실 물 오른 방년 18세. 우영아, 영애야, 보고잡다~
1964년 10월 13일 동구능 안병찬 교감 선생님과
1965년 앨범 그룹 사진-덕수궁에서
1966. 1. 27 졸업식날
1966 봄, 북한산
미국 사는 친구들(영환,학윤,영태, 옥주)도 있고 아주 멀리 가 버린 성근씨도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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