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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노래하는 소설가

맑은 바람 2010. 8. 27. 14:23

 

신화학자, 번역자, 소설가

좋아하는 인사말 ‘나마스떼’

소설가는 그림을 숨기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작품 ‘나비 넥타이’, ‘숨은 그림 찾기’는 실패작이라고.

 

소설가 이윤기를 만들어낸 문학적 환경은 어릴 적 할머니와 어머니가 들려주신

옛날이야기들, 그리고 꾸준히 써놓은 일기장들--

 

문학작품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훌륭한 조각가는 불필요한 걸 깎아낼 줄 안다.

‘돌 속의 부처님을 곱게도 불러내었구나’라고 미당도 말했고

‘석공은 바위 속에 숨어 있는 부처님을 모셔내는 것’이라고 청마도 이야기했다.

알고 보면 우리들이 가슴속에 지니고 있는 공통분모를 끄집어낸 것이 신화다.

고로 신화는 ‘마음의 일기장’, ‘내 마음 받아 적기’인 것이다.

 

노래로 불러 감칠맛 나는 것은 소월의 ‘옛이야기’라며 무반주로 청승맞게(?) 잘도

불렀다.  앙콜 요청을 받고 조영남이 불렀던 ‘모란동백'도 한 곡조 거침없이 부른,

노래를 좋아하는 소설가.

 

한 시간 남짓 하는 강의를 듣자고 전남 광주에서부터 올라온 애독자가 나를 감동시킨다.

이윤기씨의 책은 한 권도 빠트리지 않고 100권 가량 읽었고, 서재를 그의 책으로 장식한 사진을 보내온 한 애독자가 이윤기의 글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말과 함께 주례를 부탁하더란다.

그 사연을 접하면서, 작가는 어느 큰상을 받았을 때보다 기뻤고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이 또 감동적이었다.

 

반백의 머리를 짧게 밀어버린 모양이, 말년의 박목월 선생의 모습을 떠올린다.

머리칼이 없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듯도 하다.

 

**김소월의 옛이야기**

고요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은

어스러한 燈불에 밤이 오면은

외로움에 아픔에 다만 혼자서

하염없는 눈물에 저는 웁니다

 

제 한 몸도 예전엔 눈물 모르고

조그만한 世上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지난날의 옛이야기도

아무 설움 모르고 외웠습니다

 

그런데 우리 님이 가신 뒤에는

아주 저를 버리고 가신 뒤에는

前날에 제게 있던 모든 것들이

가지가지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 한때에 외워 두었던

옛이야기뿐만은 남았습니다

나날이 짙어가는 옛이야기는

부질없이 제 몸을 울려 줍니다

(2002.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