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국립박물관 <은하문화학교>에서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오후 2시에서 5시까지로 예정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장 민병훈 선생이 우리에게 들려주려던 강의 내용은
대학원 1년치 강의 분량이었기 때문이다. 400여 수강생들을 몰입하게 하는 명 강의였다. 알맞은 음성, 풍부한 내용, 학문에 대한 뜨거운 열정에 감탄했다.
강의 중간 중간에 안타까움을 드러낸 내용은, 소중한 우리문화에 대한 지식인층의 열의가 아직 턱없이 부족하고 우리가 공부한 세계사가 반쪽짜리 세계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앞장서서 이를 바로잡고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일변도의 역사를 세계사로 알고 공부한 덕분에(?)
우리는 지금도 북아시아, 서남아시아, 동유럽의 역사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다.
초원의 정복자이며 대제국을 건설했던 기마 민족인 흉노족, 몽골에 대한 중국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해서도 유럽의 기독교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볼 뿐이다. 1300년전 인도를 순례한 혜초의 순례기 <왕오천축국전>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는 게 없었다. 프랑스에서 독일에서 일본에서 1900년 초부터 앞 다투어
오랜 기간 연구하고 발표한 내용을 가져다가 번역하는 일이 고작이다.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 말이었다.
12월 중순부터 <실크로드와 돈황> 기획전이 열린다. 펠리오가 돈황에서 프랑스로 가져간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원본도 전시될 예정이란다.
그 전에 왕오천축국전을 부지런히 읽어야겠다. (2010. 11. 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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