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나무 이야기/가을

백일홍과 목백일홍

맑은 바람 2010. 9. 5. 17:08

 이 둘은 여름 꽃으로 꽃이 귀한 여름에 우리 시선을 끈다.

그러면서 이 둘은 국적이 전혀 다른데 가끔 혼동하는 이들이 있다.

<백일홍>은 일년생 풀이고, <목백일홍>은 다년생 나무인데 <배롱나무>라고도 한다.

 

백일홍은 요새는 보기 드문 꽃이 되어 버렸다.

도시에서는 서양 꽃들에 밀려 주택이나 공원에서조차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 어려서는 시골집 마당이나 뒤뜰 우물 곁이나 장독대 주변에서 흔히 보아 오던 꽃이었는데- 

얼마 전 춘천의 '신숭겸 묘역'에 들렸더니 마당 가득히  <백일홍>이 갖가지색으로  피어 있어 반가운 마음에 연방 셔터를 눌러댔다. 

 

 

                     벌들아, 어서 날아 오렴~

 

                     이렇게 강렬하게 시선을 끄는 데도 '벌' 구경 어렵다~

 

                     우리 풀꽃 백일홍

 

    내가 사는 집 뜰에 두 그루의 <목백일홍>이 있는데 하나는 원래 있던 것이고 또 하나 는 친구들이 어느 날 양재동 꽃시장에서 사온 것이다.

친구의 고운 마음이 담긴 나무이기에 잘 키워서 예쁜 사진 올려야지 했는데 어느 날부터 비실비실하더니 이내 죽어버린다.  흙에 문제가 있나, 햇빛이 모자라나, 병이 들었나? 고심하는데 아차, 아마도--하며 답이 떠오른다.  기존의 오래된 목백일홍 옆에 가지런히 심어놓은 것이 문제다.  옛 친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새 친구에게만 엎어져서(?) 노상 쓰다듬고 만져주고 하니 나무라고 왜 시샘이 없겠는가? 형님나무의 텃세 탓에 아우가 죽은 것이다.  그러나저러나 친구들한테 면목 없어 어쩌나~

그런데 다음해 봄 이층 계단 옆에 이름 모를 나무가 자라기 시작한다. '요건 또 뭐지~' 궁금해 하며 지켜보는데 7월 접어들어 꽃망울이 맺힌다. 영락없는 목백일홍이다.

'아니 그럼~'

어찌 내 맘을 알고 형님나무가 아우를 이쪽으로 옮겨 놓았을까?

어떻게 이쪽으로 씨가 날아와 뿌리를 내렸는지 불가사의다.

다만 한여름 접어드니 선홍색 꽃 송이 송이마다 배시시 환한 웃음이 번질 뿐이다. 

          형님나무

 

           형님 목백일홍

 

              계단 옆 아우 목백일홍

 

                                                                                 (2010.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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