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21 세기에 남을 한국의 시 10 편

3. <풀> 김수영

맑은 바람 2010. 12. 11. 21:02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1968년 작)

 

***외세(바람, 동풍)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민중(풀)의 모습을 그린 것으로

해석되어 널리 사랑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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