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몽고

(2)흡스굴에서 조난 당하다

맑은 바람 2011. 1. 4. 21:50

2007. 7. 22 日 ‘푸른 호수(흡스 굴)’의 조난


 아침이슬에 발이 젖도록 돌아다니며 여러 종류의 야생화 사진을 찍다.

에델바이스를 비롯한 노랑 보라 검붉고 작은 꽃들이 언덕을 수놓았다.

 지천으로 핀 <에델바이스>

 

 이름 모를 야생화들

 

아침 후, 어선을 개조한 듯한 배에  몸을 싣고 일행 18명은 ‘갈매기 섬’에 닿았다.

정박을 시도하는 중에 갈매기들은 난데없는 침입자를 향해 비명을 지르고 급하게 날아올라 선회를 시작한다.

살피니 갓 깨어난 새끼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풀숲엔 따끈한 알들이 부화 중에 있다.

그들 가까이 돌더미 위엔 그 어미인 듯한 갈매기가 불안한 눈을 꿈벅이며 망을 본다.

새끼들이 모여 있는 옆을 지나니 갈매기들은 그 큰 날개를 퍼덕이며 위협적으로 이리저리 날아든다.

기름 냄새를 풍기며 관광객을 섬에 오르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인 듯싶다.

그저 섬 둘레나 한 바퀴 도는 게 나을 뻔 했다.

 갈매기 섬

 

 망 보는 어미 갈매기

다시 승선, 한 시간여 달려 ‘순록마을’에 닿았다.

순록을 치는 유목민의 위치를 찾아내서 가는 것이다.

실망스럽게, 여나믄 마리의 순록들을 이끌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무리를 ‘순록마을’이라 한 것이다.

순록과 촬영하는 데 5달러를 지불하란다. 잠시 기념촬영 후 승선-

 

불과 2킬로 정도 나갔을 때부터 배가 이상 증세를 보였다.

엔진실에서 매연이 심하게 나오고 잠시 뒤엔 뒤로 죽죽 가더니 제자리에서 뱅글뱅글 도는 게 아닌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구조의 손길을 요청하려 했으나 아예 전화선 같은 건 있지도 않은, 통신두절 지역이란다.

여기서 잘못되면 그야말로 고기밥 신세라 ‘흡스굴의 타이타닉’이 되는 것이다.

남자들은 불안함을 감추고 이리저리 우왕좌왕하는데 가물가물하게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사람들은 제각기 S.O.S.를 보내기 시작했다.

두 손을 번쩍 들어 좌우로 흔드는 사람,

손 마이크를 만들어 ‘핼프 미’를 외치는 사람,

잠바를 벗어 흔드는 사람,

우산을 펴서 뱃머리에서 흔드는 사람--마침내 다가온 물체는 사람을 빼곡하게 실은 모터보트였다.

현지가이드는 그들에게 이쪽 사정을 급하게 얘기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뭔가 합의를 보았는지 보트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우리 배에 올라타고 우리 일행 중 여자 9명이

먼저 구명정(?)에 올랐다.

남자들을 배에 남긴 채-- 윤이 떠나는 내게 걱정하지 말고 가서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둔감한 나는 뭐 별일 있을라구 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 알고 보니 사태는 내가 감지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던 것을--

구조선이 2차로 실어 나를 사람들을 위해 떠났건만 좀체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흡스굴('푸른호수'라는 뜻)

 

호수 한가운데-물이 너무 차서 수영도 무용지물!!

  

 엔진 고장을 일으킨 문제의 조난선

 

결국 우리 18명 일행이 무사히 뭍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그 몽골인 '화적떼 같은 놈들'에게 300달러를

지불했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300불짜리 귀한 여행의 스릴을 만끽했던 셈이다.

“어휴, 유격훈련 갔다 온 것 같네.” 윤의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