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24 (화) 울란바토르의 마지막 밤
<테를지 국립 공원- 승마- 호르헉 식사- 캐시미어 공장 방문- 전통공연 관람- 서울식당- 노천카페-
징기스칸 호텔>
울란바토르의 아침은 텁텁하고 생기가 없다.
또 땡볕 속으로 나갈 생각을 하니 골이 띵하다.
35도를 오르내리는 날씨 속에 버스 냉방이 시원치 않아 차 안팎이 고행 장소.
한여름 여행은 보다 신중히 따져 보고 해야겠다.
<테를지 국립공원>이라지만 ‘기암괴석’은 무늬뿐 그리 자랑거리 수준은 아니다.
어제에 이어 테를지 공원 언덕을 한 시간 가량 말을 타고 즐겼다. 마유주도 마셔보고.
몽고의 전통음식을 맛보기 위해 식당을 찾았으나 일행 중 핸섬하고 선한 인상의 임 사장이라는 분이 여행 첫날
송아지 뒷다리를 제공하는 바람에 고기는 싫도록 먹어서 양고기 스프에 해당하는 <호르럭>이 달리 반가울 게 없었다.
오후에 공연장에서 본 <몽골 전통공연>이 참 좋았다.
한 시간 남짓 상연된 전통의상의 남녀 춤과 묘기도 좋았지만 특히 내게는 마두금 연주와 ‘호미’라는 특별한 발성법으로 노래 부르는 것이 참, 그들만의 이어나가야 할 전통이라는 생각으로 귀하게 여겨졌다.
저녁은 울란바토르 번화가에 자리한 <서울 레스토랑>에서 부페로 했다. 음식 위로 날아다니는 파리가 서너 마리 눈에 띄어 직원에게 “Many flies there!" 했더니,” “파리가 많이 있어요?“ 한다. 굳이 영어를 쓸 필요도 없이 이곳에선 한국말이 익숙한 모양이다. 식사 후 신사장님이 ‘흑맥주와 양고기 꼬치구이’를 낸다기에 번화가 노천카페로 자리를 옮겨 ‘여행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이번 여행 중 무엇이 제일 좋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돌아가며 이야기를 해 보자고 했다.
**생전 처음 말을 타 본 것이 좋았다,
**그렇게 많은 별들과 은하수를 본 것이 잊을 수 없다,
**흡스굴 숙소 언덕을 뒤덮은 에델바이스와 이름 모를 무수한 크고 작은 보랏빛 노랑 흰꽃 무리들을
가까이서 마음껏 볼 수 있어 좋았다,
**흡스굴의 그 물 빛깔-블루 사파이어, 때로는 비취빛 바다 같은 호수,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살아있는 많은 것들과의 진정한 만남’이었다,
**갈매기 섬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갈매기들이 태어나서 자라 섬의 파숫군이 되고 새끼를 기르는 어미
아비가 되는 모습을 생생히 보았다--
**한밤중에 게르 문앞까지 소리 없이 다가와 조용히 풀을 뜯다 사라지는 야크들, 경계심 없이 코앞까지
와서 풀을 먹는 양과 염소들-
초원을 무리지어 달리는 말 떼, 소 떼, 양 떼, 염소 떼-이번 여행 중 매일 마주친 광경들이었고 한없이
마음을 순하게 해주는 것들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윤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떤 것이 가장 인상 깊었냐고-
“살아 돌아온 것”
우리가 흡스굴 가던 날 버스 전복 사고로 관광객과 현지주민 20여 명이 죽은 일,
통신 두절 지역인 흡스굴 호수 한가운데서 조난당한 일,
광막한 초원에서 봉고차가 세 번씩 고장을 일으켜 차에서 내렸던 일들을 생각하면 지당하신 말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던 건,
징기스칸 여행사 직원 ‘82년생 아기’의 최선을 다하는 도우미 활동과
인품 좋고 게다가 기분도 낼 줄 아는 여러 사람과
식사 때마다 밑반찬을 내놓는 아름다운 손들과
그리고 말에 걷어 채이기도 하고 비포장 돌밭 길을 달리는 차안에서 몇 번씩이나 머리를 천정에
부딪히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정 회장 -
그 훈훈한 사람들 덕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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