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북유럽

(1) 모스크바를 향해

맑은 바람 2011. 1. 5. 23:07

 

  1996. 7. 31(수)-8.1(목)

 문산, 파주 지역의 피해 복구 뉴스에서 도망쳐 나오는 심정으로 공항에 도착, 예정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아마도 올 여름 들어 최고의 인파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공항은 초만원.

자연 30분이나 출국 수속이 늦어져 연발이 불가피했다.

이륙 얼마 후 보니 비행기는 수천 피트 상공에서 시속 916km를 내고 있고, 비행기 밖 온도는 섭씨

?51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중간 중간에 기내 화상보도로 비행기의 비행 지점을 알 수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죽의 장막' 이니 '철의 장막' 이니 해서 우리완 동떨어져 있는 인간들만이 사는

땅인 줄 알았던 그 곳-베이징을 통해 울란바토르를 지나 러시아 상공을 날아가니 감회가 새롭다.

처음엔 비행시간으로 하루 일정을 다 보내는 것이 억울하게도 생각 되었으나 천만다행으로 기상조건이

매우 좋아 고공에서 구름층 아래 펼쳐진 대지의 다양함을 보니 낮 비행도 날씨만 좋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름이 드리운 짙은 그림자를 보고 숲인 것 같다느니 호수 같다느니 지껄여대고, 계곡의 물줄기 양쪽으로

깔린 모래톱을 보고 도로가 깔린 거라고 우겨대기도 했다

잡담하며 졸며 자며 밥 걱정 없이 빈둥거리는 하루가 즐거웠다.

여행을 떠나오며 속으로 가장 기뻤던 것은 '30끼의 밥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

다음은 즐거움을 함께 나눌 남편이 옆에 있다는 거였고---

 

오후 8시 7분(현지 시각 오후3시 7분), 비행기는 세르비치예보 제 2공항에 착륙했다.

이미 소문에서 듣던 대로 입국절차를 끝내는데 1시간 30분 이상이 소요되었다.

몇 년 전 나리따 공항에 착륙했을 때처럼 오늘도 음산한 모스크바의 거리에 비가 내렸다.

버스에 올라 호텔로 가는 길에 창 밖을 보니 마치 구로 공단 주변을 지나는 것 같다.

다만 차의 번호판이 낯설게도 Z 3357 MK거나, C 207 BM이고, 지나가는 버스 속의 군상들이 모두

노랑머리, 흰 피부라, 이곳이 이국 땅임을 알겠다.

<코스모스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 식사 후엔 최 선생님 내외분과 생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즐겼다.

전화요금이 비싸다길래 집으로 전화하는 건 생략하기로--

 

이튿날, 

조반 후 전용버스로 모스크바 대학을 둘러보다.

스탈린 시대 대표적 건축 양식임을 자랑할 만큼 위풍당당한 건물.

찰깍찰깍, 여기 저기서 셔터 누르는 소리.

레닌 언덕에서 우리말과 영어를 재치 있게 섞어 쓰는 청년과 흥정을 벌여 80불짜리 호박 목걸이를

50불에 샀다.

  <모스크바 대학>                                                                          <레닌 언덕>에서 바라본 모스크바 시가지

 

오늘의 주요 방문지는 <붉은 광장>--

광장은 삼엄한(?) 경비로 텅 비고 붉은 장벽은 숱한 영웅들의 이름과 생몰의 기록으로 장식되어 있고

 <크레믈린 궁> 지하엔 냉기 속에 창백한 레닌의 얼굴이 있었다.

시신보다 더 창백한 경비병의 얼굴이 섬뜩했다.

광장 건너 편엔 경직된 분위기의 크레믈린과 어울리지 않게(?) 모스크바에서 가장 화려한 <굼백화점>이

있어 끊임없이 사람들을 삼켰다 뱉곤 했다.

크레믈린성 앞의 <붉은광장>                                                             뒤로 보이는 <굼 백화점>

 

 <붉은광장>에서 동행자들

 

광장 왼쪽으론 '모스크바의 꽃' 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우아하게 아름다운 <바실리 사원>이 있어

촬영 경쟁이라도 벌이듯 사진을 찍어대곤 한다.

 <바실리 사원>

 

어느 신혼부부가 국립묘지에 가서 그러겠냐만 이곳엔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신랑과 함께 꺼지지 않는

<용사의 불> 앞에 헌화하곤 기념촬영을 하는 것이, 어려서부터 공산주의 사회에서 살아 그런가 싶어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독특한 광경은, 온갖 종류의 개들이 거리를 자유로이 쏘다니고, 송아지만한 개들은 주인까지  거느리고(?) 활보하는 것이다. '장군이'를 길러 본 이후, 개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지고 오히려 그들이 내 시선을 자꾸 붙들었다. 개들 못지않게 흔히 눈에 띄는 것이, 우리나라 참새보다 몸집이 훨씬 큰 참새들과 까마귀들이었다.

어찌 보면 그들이 러시아 사람들보다 더 자유로워 보였다.

 

점심은 이틀 만에 먹어보는 한식.

김치전골이 나왔는데 모두들 감탄감탄하며 먹는다.

 

 **간단한 러시아말**

 

-쓰바시보: 감사합니다

-즈르라스뜨 보이제: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후리비엔: 안녕!

-하라시오: 좋습니다

-다: 예

-니엣: 아니오

-쓰볼꼬 쓰또이뜨: 얼마예요?

-야 류블류 바쓰: 사랑해요

-빠쟐 루스따: 실례합니다

-빠쟐: 불이야

-도쓰비 다니야: 잘가

-라 씨바야: 예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