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북유럽

(3)핀란드 헬싱키- 실리아 라인을 타고

맑은 바람 2011. 1. 6. 00:57

 

제 3일째-8월 2일

 

점심 식사 후 <페테르부르크>를 떠나 <헬싱키역>을 향해 기차를 달렸다.

국경을 넘어서자 펼쳐지는 핀란드 땅의 아름다움—

보라색과 흰색, 노란색 야생화들이 무리 지어 피어 있고 숲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 속에 점점이 박혀있는 집들은 어쩌면 하나같이 깨끗하고 고급스럽고 단정한지—를 고루 나누어 가지고 사는 사회국가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모스크바 공항>의 천정에 매달린 먼지 덩어리를 비롯, 낡아 허물어질 듯한 러시아 교외의 별장들—나름대로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핀란드 땅에 들어와 보니 그게 아니었다.

소련인은 넉넉한 집 게으른 자식 같고, 이곳 핀란드는 좋은 가문에서 잘 교육받은 사람들 같았다.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이들이 어쩌면 하나같이 쭉쭉 뻗고 미끈한 미인들이 많은지—

<라마다 프레지던티티 호텔>에 짐을 풀고 잠시 거리로 나왔다.

가게들은 불을 켜 놓은 채 셔터를 내렸고, 젊은이들은 마침 휴일이 시작되는 금요일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촛불 밝힌 술집으로, 음악과 춤이 있는 홀로 줄줄이 들어갔다. 창 안쪽을 넌지시 들여다보니 결코 요란하지 않게, 난잡하지 않게, 조용히 술 마시고 기품 있게 춤추는 모습에서 격조 높은 아름다움을 보았다.

또 우리나라에선 구경도 못해본 버스 두대 길이(?)의 승용차를 타고 거리를 질주하던 젊은이들이 갑자기 차를 세워 놓고, 건너편 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길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보기 좋던지—

 

 

**한 마디**

  세계 3대 성당이라는 <이삭 성당>도, <바실리 성당>도 그 내부를 볼 기회를 주지 않아 유감,

가이드가 가난한 유학생이라 생활비에 쪼들려 돈에 눈이 어두웠나 보다.

 

 

   8월 3일,

쾌청한 날씨 속에서 참으로 평온하고 안정된 분위기의 헬싱키 곳곳을 방문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음을 의미하는지, <라마다 프레지던티티 호텔> 현관문 안쪽에 여섯 나라 국기가 게양되어 있는데 거기  태극기가 있었다.

8시 30분에 호텔을 나서 시내 중심가로 접어 들었다. 핀란드의 2차 대전 당시 영웅 <만날 헤이민>('맨날 헤매는'이 연상되는)장군 동상 곁을 지나 마켓 광장으로 갔다. 악세서리, 전통의상, 털로 된 제품들, 여러 가지 과일들을 놓고 제법 흥청거렸다.  몇 바퀴를 돌고도 아무것도 안 사니 '싸움에 승리한 기분'이었다.

<발틱 해>에 면한 시장 바로 앞엔 시청이, 그 옆엔 전혀 특별하지 않아 아무런 낌새도 못 챌 정도로 거의 무방비 상태의 <대통령 궁>이 있었다.  비록 500만 인구를 거느리는 대통령이라지만 참으로 격의 없이 사는구나 생각되어 부러웠다.

 

 다음으로 헬싱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라는 <우즈벤스키사원>(‘성인들의 모임의 장소’라는 뜻)으로 이동. 사원에 들어가,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을 위해 촛불 봉헌을 했다.

우리를 안내하는 이는, 남편이 이곳 공관에 근무하는데, 헬싱키가 너무 좋아 정착해 버렸다고 한다.

내 나이쯤 되어 보이는데, 음성이 짱짱하고 품위도 있어 이곳에 어울리는 가이더란 생각이 들었다.

이인호(여) 대사가 나와 60명 내외의 교민들을 돌본다고 한다.

이곳에서의 대우 순위는 ‘여성이 1위, 2위가 아이들, 3위가 개, 4위가 남성’이란다.

여성장관, 국회의원이 1/3가량이고 아이 셋만 낳으면 상류층 생활을 하고 살 수 있단다.

 

1700년대 건물들이 자리한 <원로원 광장>으로 이동.

광장 복판엔 <알렉산드르 2세> 동상이 버티고 섰고 동상 뒤쪽으로 <루터교회>가 있고 그 왼쪽엔 <헬싱키대학> 건물이 있었다.  학생 11,000명에 교수 9,000명이라는 말에 모두 입이 딱 벌어졌다.

도서관 건물의 설계자가 이름난 사람이라 해서 들어가 보았다. 책을 빼서 조용히 읽을 수 있는 열람실이 여러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정신을 집중하며 공부할 수 있겠다. 여행 중 시설 좋은 도서관을 만날 때 무엇보다 부러웠다.

 

점심 후, 1700년 초 흑사병으로 몰살한 사연이 있는 슬픈 거리를 지나 <올림픽 스타디움>을 향했다.

1952년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핀란드의 자랑, <빠보누르미 동상>을 보았다.

경기 도중 팬티 고무줄이 끊어져 흘러내리니까 벗어버린 채로 뛰었다는 일화를 가진 동상은 나체였다. 전차가 좁은 골목까지 다니고 낮에도 차들이 불을 켜고 다녀 교통사고율이 매우 적고 '교통체증' 이라는 낱말의 뜻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곳이 이곳이란다.

유명한 형제 건축가에 의해 설계되었다는 <암석교회>로 향했다. 바위를 뚫고 그 안에 세워진 교회의 둥근 천정은 붉은 색의 동으로 되어 있는데, 대나무가지를 쪼개 만든 삿갓을 연상시켰다.

<암석교회>

 

 마침 결혼식이 끝나 귀여운 신랑 신부가 깡통을 매단 채 떠나는 모습도 보았다.

교회 맞은 편 가게에서 윤의 모자와 종과 이곳 특산인 푸른 빛깔을 지닌, 돌로 된 반지를 샀다.

싯가 4만원 정도 된다.

<시베리우스 공원> 가는 길에 ‘개 천국인 핀란드 이야기’를 들었다.

개들을 위한 대학병원이 있는가 하면 개 전용도로, 개 학교, 개들만의 공원, 개 레스토랑, 개 생일 축하연---

그러니 개고기를 맛있게 드시는 한국인들에게 과민 반응을 보이고 분통을 터뜨리는 것이 이해될 만하다.

헬싱키 관광 마지막 코스인 <시베리우스 공원>에 도착.

대형 파이프 오르간 조각과 시베리우스 흉상이 있는 푸른 숲의 공원.

               <시베리우스공원>

 

길에 차를 세워 놓고 웃통을 벗은 채로 썬텐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올해는 이상 기후로, 해 좋은 날이 많아, 타지로 여행을 가지 않고 남아서 휴가를 즐기는 군상들이라나?

 

오후 4시, <실리아 라인>에 올랐다.

                                   핀란드만의 <실리아 라인>

 

 

예쁜 아가씨가 입구에서 기념 사진 촬영을 해 주고 반가이 맞아 주었다.

이사장님은 사진사 아가씨가 저희들 마음대로 사진을 찍는다며 '인권 침해' 라 말해서 웃었다.

 

 

 

 

 

함께 7층 끝에 있는 빵집 <Seaside cafe>에 앉아 배의 출발을 보았다.

저녁 6시 정각에 배가 출발하자 갈매기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우리를 송별해 주는 거라 말했더니, 사실은 스크류에 부딪혀 죽어 떠오르는 고기가 많아 저리도

바쁜 거라 했다. 저녁은 <바이킹 뷔페>로 했다. 해물 종류가 많고 맛도 훌륭했다.

이 배는 승객 2800여명에, 400여대의 차량을 실을 수 있는 12층의 초대형 유람선으로 내일 8시 30분에 일행을 스톡홀름 항구에 입항시키기로 했다.

 

 

 8월 4일(일) 오전 3시 40분

 

 앗, 실수. 어제 저녁 식후 잠시 쉰다는 것이 새벽까지 내쳐 자 버렸다..

호화유람선의 맛을 보려면 한밤중에 깨어 있어 카지노도 들르고 카페에도 앉아 보고 했어야 하는 건데—

 

아침 6시. (어제 저녁 한 시간을 거슬러 올려놓았으니 5시인 셈)

623호로 가나 마나? 일행 중 소망교회 부목사가 있어 예배를 주관하겠단다.

그들과 좀더 가까워지는 체험을 위해서도 가는 게 좋겠지?

 

 

                                    623호실에서 아침 예배를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