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전라도

청산도

맑은 바람 2011. 6. 21. 23:12

청산도!

슬로우 시티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로 얼마나 와 보고 싶은 곳이었나.

청산도를 시작으로 나머지 세 군데도 차례차례 찾아가 보리라 맘먹었다.

 

그러나 입항 후 버스로 투어하면서 점차 실망감은 커갔다.

여행사에서 보여주고 싶어 하고 얘깃거리로 삼는 것은 고작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 두 곳-

 

'느림과 여유로움으로 삶의 쉼표가 되는 섬, 청산도'라 했는데 난 무얼 통해 그 경지를 맛 볼 수 있을까?

청보리밭과 유채꽃?

구들장논과 다랭이논?

이런 것들은 굳이 청산도가 아니더라도 지방 곳곳에 있잖은가?

 

제한된 시간에 청산도를 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며칠 조용한 민가에 묵으면서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길을 타박타박 걸으며 산과 바다와 논과 밭이 길러내는 것들을 만날 수 있는 때라야 슬로우 시티 청산도에 다녀간 맛을 느낄 수 있을 텐데--

 

 

 

출항을 기다리는 배들

 

삼다도처럼 이곳에도 돌이 많아 이렇게 돌담을 쌓았다

 

마을을 지키는 연리지 소나무

 

풍경마다 전신주가 미관을 해친다

 

적어도 이곳만은 전선을 땅 속에 묻었으면--

 

어떻게 저런 색칠을 했을까?

 

플라스틱 바가지 대신에 표주박이라도 하나 놓지~

 

지붕도 꽃밭도 알록달록~ 저건 우리의 빛깔이 아니다.

 

 

띠('삘기'라고도 함)- 섬지방에서 많이 자람. 토사를 막아주며 이삭을 먹기도 함-엣날엔 뭍에서는 초가 지붕, 섬에서는 띠 이엉지붕이 많았었다.

 

청산도엔 11개, 42.195km의 < 슬로길>이 있다. 저 너머로 전복양식장이 보인다

 

  <서편제>에서 진도아리랑을 불렀던 황톳길~ 저 멀리 <봄의 왈츠>촬영장이~

 

 

 

양귀비꽃밭이 마구 짓밟히고 있다. 우리도 한몫했다!

 

바다가 보이는 쉼터

 

가이드를 따라서 부지런히~~

 

다정한 제비새끼들

 

다정한 세 쌍들

 

 

제비마을(인간제비가 아님)

 

저 둥지 속에 새끼 제비 4마리가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해조류와 진흙과 제비의 침을 섞어 만드는 둥지

 

더러 빈 집도 있다.

 

슬로우 시티의 주인공

 

 

 

청산도를 떠나며

 

안녕!!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준 것은,

선착장 부근 마을에서 제비둥지 수십 채를 본 것이다. 한 집에 다섯 채가 나란히 둥지를 튼 곳도 있었다. 어떤 집 처마 밑에서는 둥지 밖으로 노란 주둥이를 내민 네 마리의 새끼가 어미 오기를 기다리며 졸고 있었다.

농약과 공해로 멸종 위기에 몰린 제비-서울에서 제비를 본 때가 언제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참으로 반가운 일이었다.

 

슬로우 시티 지정 후 바빠진 건 관광회사와 여객선과 완도의 숙박 시설과 음식점 들이다.

청산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전의 삶의 흐름대로 흘러가건만--  (201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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