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강원도

두 번 운 날

맑은 바람 2011. 9. 26. 10:41

 

  아침을 먹고 베란다에 나가 보니 새털이 여기저기 흩어진 가운데 새 한 마리가 누워 있다.

나비(고양이)는 햇살 아래 천연덕스럽게 졸고 있고. 새를 살펴보니 아직 온기는 있는데 목 부위에 털이 모두 뽑히고

반죽음 상태다. 물기 어린 작은 눈이 날 바라보고 있는데 왜 인제 나왔느냐고 원망하는 것 같아 마주 바라보기

민망하다. 혹 살아날까 하는 기대로 휴지에 싸서 마리아상 밑에 놓았다.

어머니, 이 생명을 살려주세요. 그리고 나비가 살생을 하지 않도록 지켜주세요.’

화가 김점선은 꽃잎을 따먹는 거위 궁둥이를 퍽퍽 때려줬다는데 나비는 두드려 패도 달라지지않는다.

야생의 본능 때문인데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가족들의 옹호 아닌 옹호를 받고 있는 나비가 과연 달라지려나?

두어 시간 후 들여다보니 새의 눈이 완전히 감겼다.

대추나무 언저리를 파고 그 속에 눕히는데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짧은 목숨,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가는 게 안타깝다.

좋은 곳으로 가거라, 새여~’

흙을 지긋이 자근자근 밟아준다.

 

오후 520KBS 2 <청춘합창단>프로를 본다.

<청춘합창단>이 군부대를 방문해서 훈련병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

가장 연령이 높은 세 할머니가 로렐라이를 부르는데 여기저기에 눈시울을 붉히는 얼굴들이 보인다.

그중에서 한 투박한 얼굴의 훈련병이 유독 자주 눈가에 손을 가져가더니 나중에는 눈물을 주르르 흘린다.

무슨 사연이 있느냐 다가가 물으니 할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습니다한다.

지휘자 김태원이 부모님을 생각하며 지었다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더하여>를 청춘합창단이 부르자 장내는

더욱 숙연해지며 울먹이는 분위기였다.

훈련병들이 답례로 <어머니의 마음>을 부를 때엔 훈련병도 청춘합창단도 나도 함께 울었다.

스무 살 젊은이의 맑은 눈물이 내게 속 깊은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어머님,,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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