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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맑은 바람 2012. 1. 19. 16:11

 

<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1949~   )

-낭만과 감성의 유럽 여행 에세이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터키의 옛 노래

 

맘에 드는 읽을거리를 앞에 놓고 있으면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이 기다리고 있는 식탁처럼.

 

지난 1000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생존문인 1라는 무라카미 하루키-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20078월에 사서 책꽂이에 모셔놓고 까맣게 잊었던 책.

그때는 왜 바로 읽지 못했을까?

제주도에 조그만 인연을 맺어 놓은 후 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을 때 이 책을 다시 펼쳐서인가,

책장을 맛있게넘기고 있다.

무라카미는 무엇 때문에 유명한가? 행간에서 답을 찾는다.

 

상황묘사의 달인이라고나 할까?

타타니아 극장의 정경, 스펫체스 섬과 이드라 섬의 고양이 비교 등은 문장에서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절묘하게 재미있다.

그가 맛본 다양한 음식이야기, 달리기가 취미인 사람의 생활 습관,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여러 섬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사람들 이야기--

 

***작가의 말

-만약 그리스 섬에서 딱 한 달만 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나는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의 한 달을

권하고 싶다.

-스펫체스 섬의 올드 하버: 시간의 흐름에서 뒤처진 채 꾸벅꾸벅 잠들어 버린 듯한 곳

-전화도 걸려 오지 않고 텔레비전도 없다. 뭔가를 열심히 했던 하루 같기도 하고 아무일도 하지 않은

하루 같기도 하다.

-매일 계속해서 소설을 쓰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때때로 자신의 뼈를 깎고 근육을 씹어 먹는 것같은

기분조차 들었다. 그렇지만 쓰지 않는 것은 더 고통스러웠다.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글은

써지기를 원하고 있다.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다. 그리고 자신을 믿는 것 나는 이것을

완성시킬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 것이 중요하다.

-<상실의 시대>10만부 팔리고 있을 때는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호감을 받으며 지지를

얻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백 몇 십만 부나 팔리고 나자 나는 굉장히 고독했다.

그리고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로마의 봄날: 투명하고 찬란하고 거리낌이 없다.

-글을 쓴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정말 좋은 일이다. 처음에 가졌던 자기의 사고방식에서

무언가를 삭제하고 거기에 무언가를 삽입하고 복사하고 이동하여 새롭게 저장할 수가 있다.

이런 일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 나라는 인간의 사고나 혹은 존재 그 자체가 얼마나 일시적이고 과도적인

것인가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읽어나가다 보니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가 탄생한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이 책을 먼저 읽기 잘했다. 이 참에 <상실의 시대>를 읽어야겠다.

 

**작가는 나이 든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얻는 대신에 그때까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던 일을 앞으로

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64세인 나의 경우 새로운 것을 얻는 경우란 뭐가 있을까?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는 것들~

손자가 생기는 것~ 궁금해진다. 다만 확실한 건 이제까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었던 일들을 점점 할 수 없게

되는 것’- 사회에서의 효용가치가 사라지는 것, 봉사활동마저도 제한되는 것, 새록새록 나오는 기계들을

익히지 못해 점점 바보가 되는 것~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들은 안 하고 마는 것~ 그러다 마침내

뒷방마님 신세가 되가는 것이다. 그래서 노인은 우울하고 입 꼬리와 눈 꼬리가 처진다.

 

**<상실의 시대>를 쓰는 동안 그는 말 그대로 아침부터 밤까지 소설 쓰는 일에 푹 빠져서 소설 이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마치 깊은 우물 속에 책상을 놓아두고 소설을 쓰는 기분이었다.’한다.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다!!

 

**이 여행기를 쓰는 자세에서도 그의 글쓰기의 기본이 나타난다.

자기 눈으로 본 것을 자기 눈으로 본 것처럼 쓴다. 자신이 느낀 것을 되도록 있는 그대로 쓴다.

안이한 감동이나 일반화된 논점에서 벗어나 되도록 간단하고 사실적으로 쓸 것, 다양하게 변해간 情景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하든 계속 상대화할 것,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작업을 자기 존재의 水準器

사용하는 것이며 또한 계속 그렇게 사용해 나가는 것이다. 계속 쓴다는 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

나는 이 구절을 읽고 2012매일 읽기 쓰기할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네가 그나마 잘할 수 있고 재미있어 하는 일이 뭐냐?

읽고 쓰는 거 아닌가?

 (201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