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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건축가

맑은 바람 2012. 3. 12. 22:08

영화 제목치구 싱겁다 하면서도 동생이 좋은영화라고 한번 보라고 하길래 티켓 예매를 하고 혼자 

<광화문 시네큐브>로 갔다.

 

하얀 시트를 목까지 덮고 얼굴만 내민 사람이 침대에 뉘어진 채로 여러 사람에 둘러싸여 산을 오른다.

사방이 트인 곳에 이르자 이동 침대가 멎는다. 그 사람은 입을 연다.

감사합니다. 햇빛에 감사하고 바람에 감사하고 나무에 감사합니다---”

세상에 대한 작별 인사다.

 

병마와 싸우면서-아니 병과 함께 지내면서 삶의 마지막 1년간을 주인공이 바라던 대로 경건하게,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모습이 참으로 경이롭고 감동적이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이름 없는 나도 내 나름대로 그토록 품위 있고 의연하고 담담하게 마지막을 맞고 싶다.

 

세익스피어는 <노년을 위한 제언>에서 죽음에 대해 자주 말하지 말라.’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주어진 날들을 잘 살기 위해서는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주인공 정기용(1945~2011) 건축가 말대로, 나이 들어서는 철학적이 되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어떻게 살 것인가등을 궁구할 때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도  달라질 것이다.

 

그는 건축가가 토목업자의 하수인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분개한다.

그런 사실에 대해 욕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건축가는 단순히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어느 예술가 못지않게 문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이다.

 

그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그 안에 깃드는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건물을 만들었다.

<기적의 도서관>이 그렇고 무주 운동장의 <등나무가 있는 스탠드>, <목욕탕이 있는 주민 센터>가

그의 건축관을 반영한 것들이다.

 

그는 평생 자기 집이 없이 월셋방에 살았어도

그의 손에 의해 지어진 집들은

그 속에서 사는 이들과 함께 소통하며

오래도록 그의 香氣를 전할 것이다.     2012.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