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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그대 가슴에 Imitation of life>

맑은 바람 2012. 2. 11. 11:34

<슬픔은 그대 가슴에 Imitation of life> 1959

 

<서대문 아트홀>에서 아주 오랜만에 옛날 영화 한 편을 만났다.

'슬픔은 그대 가슴에'

 

1960년대에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동시 상영하는 걸 본 것 같다.

줄거리는 까마득하게 잊혀지고 다만  상큼 발랄한 산드라 디, 눈빛과 금발이 너무도 아름다운 라나 타나,

슬픈 가득한 눈에 섬뜩한 비극이 스치는 수잔 코너--   이들의 잔상 위에, 뒤늦은 후회로 영구차에 매달려

울부짖는 사라와 교회에서 장엄하고 슬프게 울려 퍼진 마할리아 잭슨의 흑인 영가(?)가 기억에 남을

뿐이었는데--

 

주인(로라)과 하녀(애니)로 만난 두 미망인이 각자의 딸을 기르는 이야기다.

애니는 집안일을 하면서 늘 가까이서 아이를 돌보며 사랑을 주지만, 백인의 피부색을 지닌 딸 사라는

흑인 엄마를 인정하지 못하며 끊임없이 반항한다. 오로지 저만 바라보고 대학 교육까지 시켰으나 사라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 밤무대로 돈다. 결국은 흑인 엄마 애니와 결별을 선언하며 작별을 나누지만 영이별이

되고 만다.

 

로라는 배우로서 성공하여 자신의 꿈을 성취하고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지만 늘 일에 쫓겨 딸아이 수지를

챙겨 주지 못한다. 수지는 로라 부재중에 자신을 돌보아준 스티브를 사랑하게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가

스티브와의 결혼을 발표하자 딸은 깊은 상처를 받고 멀리 떠난다.

 

로라와 애니는 어머니로서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한쪽은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지 못해서

딸이 불행해지고 한쪽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나 자식과의 대화 부족으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다.

어느 엄마도 탓할 수 없다 그러나 두 딸은 결과적으로 모두 상처를 입고 엄마와 헤어진다.

이런 걸 운명의 장난이라고 해야 하나 어쩌나--

 

사실 이 영화는 내가 보는 각도와 조금 다른 시선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Imitation of life> 가면의 삶,

모방의 삶이라고 원제를 붙였다.

무대 위의 배우로서의 화려한 삶은 로라의 진정한 삶이 못되고 엄연히 흑인의 피를 타고 났으면서도

스스로는 백인이라고 우기는 사라의 삶이야말로 <가면의 삶>인 것이다.

결국은 그들의 거짓 삶이 수지에게 큰 상처를 주고, 사라는 엄마를 잃고 통곡하게 된다.

 

이제 그만 쉬고 싶어요.”-고단한 삶을 내려놓으면서 애니가 한 말

그래요,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들 하지만 험난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