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제주도

아들과 단둘이 떠난 제주 여행(2)

맑은 바람 2012. 4. 1. 16:21

 

<둘째 날> 327일 화 맑음

T-money 22500, 군것질 1만원, 택시 5700원 저녁 36000

 

750-<십자가의 길>을 한 바퀴 돌고 8시에 식당으로 갔다.

검소한 식단(토장국, 콩나물, 계란, , 배추 겉절이, 김치, 두부 졸임)이 아들은 입에 맞지 않았나 보다.

음식을 남긴 걸 보니-

食後 바로 집을 나섰다.

23일이래야 온전히 제주에 머무는 날은 오늘밖에 없어 꼭 가봐야 할  두 군데-<전원마을><무릉리 앞바다>-를 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시내버스로 1호 광장(중앙로터리)으로 이동, 남조로를 경유하여 제주시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1시간 정도 지났을 때 <전원마을>이라고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를 쓴 박범준 장길연 부부가 사는 <바람스테이>를 보러 가기로 한 것이다.

차에서 내리긴 했으나 허허벌판에 인지 西인지 알 수가 없다.

아들이 가져온 똑똑한 폰의 안내에 따라 방향을 잡고 언덕을 올라갔다.

전원마을의 집들은 길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마을 입구의 경사진 도로변에 벚나무 가로수가 줄지어 서있고 조용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마음을 끈다.

첫 번째 보이는 집 안에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길래 기웃거렸더니 주인인 듯싶은 여자가 나와서 아는 체를

한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대충 이 동네 집 시세도 알게 됐고 궁금했던 <바람 스테이>도 바로 옆집이라는 것도 알았다. 멋지게 잘 가꾼 집들을 차례로 보며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내려왔다.

나도 제주도에 집을 마련한다면 바로 여기다하고 생각한다.

 

아들도 이곳 중산간 도로변의 <전원마을>에 반한 모양이다.

공기도 좋고 집들도 예쁘다고--

아침까지만 해도 제주도가 괌 같은 줄 알았더니 바람 불고 춥고 해안가의 집들은 왜 그리 어수선하고

을씨년스럽냐고 궁시렁거리더니 말이다.

 

<전원마을> 이정표

 

 

영산홍과 벚꽃이 피어나면 더 아름답겠지?

 

 

<바람 스테이> 상호는 없지만 알만한 사람은 안다?

 

 

<바람 스테이> 입구

 

 

돌담이 예쁜 집

 

 

문설주가 예쁜 집

 

 

전원마을 -이곳에선 바다와 한라산이 다 보인다.

 

 

축구장이 있는 체육공원

 

 

                       맨발로 걷는 길

 

이웃에 <초록마을>이 있길래 예까지 온 김에 한번 가보자고 그리로 갔다.

마을 입구에서 지독한 거름 냄새가 우리를 맞았다. 동네 이미지가 확 구겨지는 순간이다.

<전원마을>과 분위기가 달랐다. 이곳엔 숙박시설과 음식점들이 있어 어수선했다.

제주시로 나갔다가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서귀포로 오는 서해안 일주 버스를 탔다.

 

                          이정표-마을이름이 좋다

 

                          < 초록마을>

 

                 개나리도 움츠러들었던 봄

 

                       진풍경이닷!!

 

                       빨랫줄에 매달린 생선들

 

이번 여행의 계기가 된 무릉 1리 땅-다시 스마트 폰의 안내를 받아 해안 쪽으로 방향을 잡아 걸었다.

마을의 돌담길을 따라 가다가 들로 나서니 드넓은 밭에는 마늘잎이 싱싱하고 처녀애들 종아리만한 무가

海風을 받아 탐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목적지 가까이에서 분위기를 살피고 바로 돌아 해안가로 나왔다.

잠시 바닷바람을 쐬며 저 멀리 태평양에 눈길을 보내 본다.

해안으로 내려갔던 아들이 흥분해서 돌아온다.

팔뚝만한 고기가 펄떡 튀어 오르더란다.

-누가 그랬다. 이곳에서는 낚싯대만 드리우면 눈먼 사람도 고기를 건져 올릴 수 있다고-그 말이 맞는가 보다.

 

                 유채꽃 띠를 두른 마늘밭

 

                싱싱하게 자라는 무밭

 

              무릉리 앞바다

 

이제 숙소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할 텐데 母子가 다 주변머리가 없어 히치하이킹은 생각도 못하고 주민인 듯한

사람이 서 있길래 길을 물었다. 30분 정도 걸어가야 버스를 탈 수 있다고 한다.

점심을 걸러 배가 고팠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걷기로 한다.

그런데 잠시 후 아까 길을 가르쳐 주었던 분이 자전거로 뒤따라오시면서

제가 얼른 가서 차를 가지고 오겠습니다.”한다.

괜찮다고 펄쩍 뛰었으나 잠시 뒤 그분은 차를 몰고 왔다.

다부진 체격에 반듯한 인상이어서

무슨 일을 하시나요?” 물었더니

농붑니다.” 한다.

 生面不知의 여행객에게 그렇게 친절을 베푼 그분께 황송하고 고마운 마음 표현할 길이 없었다.

거듭거듭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건강과 복을 빌어 드렸다.

정류장에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여자가 웃으며 말을 건다.

그러더니 들고 있던 검정 비닐 봉투를 열어 보이며 귤을 꺼내 드시란다.

고맙다며 두 개를 꺼냈더니 더더 하며 권해서 몇 개를 더 꺼내고 감사의 말을 했더니 그 여자는 말한다.

나도 짐이 가벼워져서 좋다.

오래 걸은 데다 애를 태워서 갈증이 심했었는데--그 달고 시원한 맛이란--

 

서귀포에서 숙소로 가는 택시를 탔다.

저녁은 <제주흑돼지>를 한번 먹기로 해서 기사한테 어제 보아둔 집을 얘기했더니, 거기보다 토박이들이 잘 가는 집을 일러 주겠다고 하며 숙소 근처의 음식점으로 안내한다. 유명인이 다녀간 사인들이 벽에 주욱 걸려있는 걸 보니 잘하는 집이기는 한가 보다. 나나 아들이나 5겹 살의 맛을 잘 몰라서 유감이긴 했지만-

 

              

                    흑돼지 전문점

 

              

                  영광스런(?) 이름들~ 

 

                        기다리는 동안 읽어볼 만한 글

 

                 석양의 한라산-머리를 풀고 누운 여인상

 

오늘 무릉리에서 만난 두 사람과 친절한 택시 기사 덕에 이번 제주여행은 오래도록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렌트카를 이용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제주도 사람의 향기-

 

                              萬事莫如爲善樂 (선을 행하는 즐거움만한 것이 없다)

나는 오늘 그들에게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