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에 제작, 2012년 5월 국내 개봉한 핀란드 영화-
영화가 지녀야 할 여러 가지 요소들이 고루 갖추어진 영화였다.
외딴 집, 비가 새는 음산한 집-
여주인공이 뿜어내는 눈빛에서 오는 공포 섞인 긴장감은 영화 <미저리> 수준이다.
눈먼 신부님의 위태위태한 행동과 잔잔한 중에도 얼굴에 나타나는 다양한 표정들이 그의 마음을 보여준다.
살인죄로 종신형을 살던 레이라는 어느 날 사면된다. 오갈 데 없는 그녀에게 한 장의 편지가 건네진다.
한적한 곳에 혼자 사는 신부님으로부터 온 편지인데, 편지를 읽어 주고 답장 쓰는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내키지는 않으나 어쩔 수 없이 야곱신부 집으로 간 레이라는 신부님이 맹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부님은 매일 레이라에게 편지를 읽게 하고 바로 깊은 기도를 드린 후에 답장을 쓰게 한다. 나날이
벅찰 정도로 많은 편지를 처리하면서 꽤가 난 레이라는 편지 일부를 우물 속에 던져버리기도 하고
주소가 없다고도 하며 신부를 속인다.
그러는 동안 실제로 신부에게 더 이상 편지가 오지 않게 되었다.
여태까지 자신은 하느님을 위해 아픈 영혼을 돌보아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편지가 오지 않자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 신부는 편지야말로 자신의 삶을 지탱해 주시려는
하느님의 뜻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어느 날 야콥 신부는 성사 볼 일이 있다며 레이라에게 성당까지 안내를 부탁한다.
레이라는 신부를 성당에 남겨 둔 채 홀로 집으로 와 가방을 싼다.
약간의 돈을 챙긴 후 택시를 부른다. 정작 택시를 탔으나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레이라는 도로 집으로 들어온다.
한편 성당에 남겨진 야콥 신부는 세상을 작별할 마음으로 홀로 성사를 마치고 조용히 성당 마루에 눕는다. 이마를 때리는 낙숫물에 정신이 든 신부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때 천정에 목을 맨 레이라를 발견한다. 그녀는 신부를 발견하고 목줄을 푼다.
죽음 앞에 섰던 두 사람-레이라는 변했다.
우체부에게 오지도 않은 편지를 내놓으라 떼를 쓴다. 그리고 전에 우물에 빠뜨렸던 편지들을 건져 올린다. 신부에게 편지를 읽어 주는 척 이야기를 꾸며서 들려 준다. 그리고는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언니를 구하려고 한 행동-형부 살해-이 언니의 인생을 망쳤다고, 자신을 누가 용서해 줄수 있느냐고 자책한다.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야콥 신부는 말한다.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하시는 하느님이 계시다.”고.
그리고 그동안 언니로부터 온 편지뭉치-동생 라이라의 행복을 간절히 원하는-를 건네준다.
편지를 다 읽고 茶를 마시러 들어오라며, 안으로 들어간 신부는 당신의 召命을 다 마쳤다는 듯이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신부가 떠난 집 앞에 가방과 편지뭉치를 들고 라이라는 어딘가를 바라보며 서 있다.
얼핏 惡과 善으로 대비되는 듯한 분위기가 相生의 평화로운 분위기로 바뀐다.
因緣은 이렇게 뜻하지 않은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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