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풀숲에서부터 온다.
밤새도록 나직하게
파도를 이루며 들려오던
풀벌레 소리가 뚝 그쳤다.
그 뒤 잎새들은 여위어 가고
하나둘 붉게 또는 노랗게
제 빛깔을 내기 시작한다
점점 깊어만가는 가을빛
국화가 하나둘 벙글고~
붉은 화관을 두른 바위
벽화가 된 담쟁이
오후의 가을 햇살과 잘 어울리는 담쟁이
담쟁이
- 도종환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석류에 물드는 가을
장독대와 감나무
답쟁이와 감
풍접초가 아직 꽃을 피워내고 있다
철부지 금낭화, 지금이 봄인 줄 알고--
철부지 제비꽃, 금낭화 저 혼자 외로울까 봐~~
장소를 탓하지 않는 나팔꽃
우리집 마당지킴이
산책 나온 두리
맨드라미야, 고맙다 이렇게 찾아주어서-
늦둥이 방울토마토꽃
석류나무 단풍
나비와 아빠
아빠는 딱 내 스타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