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창가의 비둘기>

맑은 바람 2013. 2. 11. 00:40

 

아침에 금강이(말라뮤트)밥을 주면서 보니 참새 한 마리가 베란다 난간에 앉아 있다.

'감히 금강이밥을 노리고 온 건 아니겠지?

, 눈이 많이 와서 먹을 게 없나 보구나.’

 

먹이를 좀 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사료를 한 줌 들고 마땅한 장소를 찾는다.

나비(고양이)가 접근할 수 없는 곳이어야 할 텐데--

생각하니 안방 창문턱이 안성맞춤이다.

전에 나비가 베란다 난간에서 안방창문 턱으로 건너뛰다가 아래층으로 떨어져 한동안 다리를

절룩거리고 다녔으니 두 번 다시 그런 위험한 짓은 안 할 테니 말이다.

 

사료를 뿌려주면서 생각하니 참새는 쌀을 더 좋아할 것 같았다.

어릴 적 참새잡이 할 때 소쿠리 안에 쌀을 놓아두었던 생각이 나고 벼논의 참새들도 생각났다.

쌀알도 한 움큼 가져다 뿌려놓는다.

그런데 거실에서 보니 기다리는 참새는 안 오고 비둘기 두어 마리가 창 쪽으로 왔다 갔다 한다.

이눔의 비둘기 쫓아버려야지!’하며 안방으로 들어가 창문 쪽을 보니 비둘기 한 마리가 앉아있다.

쫓아버리려던 나는 주춤하며 비둘기를 살핀다.

목덜미에 검정색 줄무늬가 아름다운 잿빛 산비둘기가 빨간 눈자위 속에서 날 빤히 바라본다.

 

 , 밥 좀 먹어도 될까요?’ 하고 묻는 듯하다.

 

쫓아버리려던 마음이 슬그머니 바뀐다.

그래, 새면 다 같은 새지, 참새면 어떻고 비둘기면 어떠냐? 아무나 먹어라.’

회색 비둘기는 반 만 먹고 날아가더니 조금 뒤 다른 한 마리를 데리고 와서 쌀알들을 깨끗이 먹어버렸다.

쌀 한 톨도 나누어 먹는 한 쌍의 비둘기 모습이 가상하다.

 

그런데 비둘기가 有害鳥類로 분류되어 먹이 안 주기 캠페인을 벌이고, 위반하면 벌금을 물린다는데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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