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조근조근

맑은 바람 2013. 3. 12. 22:41

 

 

나는 화를 잘 내는 사람에 대해 늘 이렇게 생각했다.

매사에 부정적이고 워낙에 불만을 끌어안고 사는 사람이라

걸핏하면 화를 내는 거라고--

그런데 당사자는 화를 터뜨릴 때마다 상대방 탓을 한다.

당신이 나를 화나게 했다.

 

곰곰 생각해 보면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이쪽에서 부드럽고 온건한 말투로 응대했나?

속으로 경멸하며 대놓고 무시하지는 않았는가?

 

미우나 고우나, 이제는 육십년 넘게 쌓아온 인연을 가꾸며 

끝까지 가야할 친구들, 그리고 가족-- 

 

더 이상 언성 높이고 인상 쓰며 살기엔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요즈음 스스로 무척 노력하고 있다.

 

나지막하게, 조근조근 말한다.

노력하는 내 모습을 상대방도 읽으니 함께 조심한다.

서로가 편안해지고 평화로워진다.

 

죽고 사는 일이 아닌 담에야

소리 지를 일이 뭐 있겠는가?

나직나직 조근조근 말하다 보면

성품도 나긋나긋해지지 않을까?

 

그러나 평온한 얼굴, 온화한 말씨를 쓰고 살아야지 하다가도

저도 모르게 흥분이 될 때는

목청이 저절로 커지고 인상을 쓰게 된다.

 

아무래도

얼굴 한켠에 백미러를 달고

수시로 살펴보아야 할까 부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녀님의 선물  (0) 2013.04.10
앨범을 정리하며  (0) 2013.03.22
<창가의 비둘기>  (0) 2013.02.11
“0은 없는 거야.”  (0) 2013.01.24
인생 상담  (0) 2013.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