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그녀가 뿔났다

맑은 바람 2013. 1. 18. 22:06

 

며칠 전부터, 아침에 금강이똥을 치우러 마당에 나갔다가는 1층 현관 앞의 물건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나무 울타리, 철망 울타리, 색깔이 다른 서너 개의 종이박스들, 우산들--

이것들을 현관 앞에 보기 싫게 늘어놓았다.

좀 한 켠으로 치우면 안 될까?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공간에다가

지저분하게시리-- 집 보러 오는 사람들한테도 이미지 구기기 딱 좋군!’

 

어제 오후 9시경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호어머니 부탁인데요, 현관 앞에 있는 것들 들여놓으시거나 장독대 쪽으로 옮겨 주셨으면->

 

비교적 빠른 회답을 보내는 사람인데 오늘 아침까지 감감무소식이다.

9시가 넘어서 컬러 메일이 도착했다.

 

<이것에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나요저희 현관 앞까진 저희 소관인 거 아닌가요?

어떤 점이 문제가 됐나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별로 피해 드린 건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밑도 끝도 없이 이렇게 말씀을 하시니

기분이 좋지 않네요. 저희가 잘못한 게 있다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곧바로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서운하셨어요? 문자로 보내는 게 아닌데~ 드나들 때 현관 앞에 있는 것들이 좀-- 눈에 거슬려서 부탁드린 건데--

-아니 그게 아니구, 효소를 좀 만들어 놓은 건데 비를 맞아도 안 되고 햇볕이 적당히 있어야하고--

그래서 여기다 둔 거예요. 저는 금강이가 똥을 싸도 두리가 오줌을 누어도 말없이 치우고 말씀 안 드렸어요.

-암요, 그거 알지 모르나요? 10년을 넘게 함께 살고도 지 맘을 모르세요?

암튼 서운했다면 미안해요, 오해 푸세요.

 

그러나 불쾌하긴 피차 매한가지-

작은 일이 불씨가 되어 서로의 맘을 상하게 했다. 이런 일이 둘 사이에 좀처럼 없었던 일인데--

그래 80자 이내로 하고 싶은 말을 하려다 보니 이런 실수를 한 거다.’

 

문자날리기-좀더 신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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