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식거리를 살 때 곧잘 ‘커피 한 잔 값’으로 환산해 본다.
그러면 비싼 게 별로 없다.
사실 커피 한 잔 값이 제각각이기는 하다.
음식점에서 후식으로 먹을 수 있는 공짜 커피에서부터
200~350원 하는 자판기 커피,
젊은이들이 잘 가는 스타벅스, 카페 베네 등에서 파는 4000~5000원짜리 커피,
중장년들이 찾는, 분위기 괜찮은 곳의 7000원짜리 커피,
호텔의 15000~30000원짜리 커피--
그 이상도 많겠지만 나는 모른다.
물론 찻값이 단순히 재료값만을 계산한 건 아닌 줄 삼척동자도 안다.
그러나 나는 단순하게, 내가 잘 드나드는 찻집의 ‘7000원짜리 커피’ 값을 기준으로,
내가 차 한 잔 안 사 먹으면 이것도 살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는데--생각한다.
차 한 잔 값이면,
계란이 두 판,
차 한 잔 값이면,
오이가 반접,
차 한 잔 값이면,
참외가 8개,
차 한 잔 값이면,
쌀이 3kg--
요새 창가에 몰려드는 참새 떼가 장난이 아니다.
많을 때는 30 마리 가까이 온다.
새벽 5시경 짹짹거리는 소리에 문득 잠이 깨서 창문을 열면 옆집 지붕 위와 대추나무 가지에 달박하게 앉아서 식사시간을 기다린다.
한 차례 쌀알들을 뿌려 주고 나면 7시경에 지각생들이 또 온다.
새끼들을 앞세워(?) 짹짹거리게 하니-어미들은 조용하다. 시끄럽게 재재거리는 건 모두 새끼들-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또 한 번 아침상을 차린다.
식사시간을 기다리는 참새들
산비둘기도 왔다
겁없는 새끼들이 먼저 온다
먹으면서도 긴장하기 때문에 모기장 문을 열 수 없다
조그만 인기척에도 놀란 새가슴- 콩닥콩닥~
요새는 많이 편해졌다
지난 3월, 보초까지 세우고 먹는다
산비둘기도 함께~
아침저녁으로 쌀알들을 뿌려주며 계산해 보니 요것들이 하루 100g 이상 먹어치운다. 한 달이면 3kg-‘커피 한 잔 값’이다.
요것들이 잘 먹고 새끼들을 늘려 가지고 나타나면 나는 찻집 가는 횟수를 한 차례 더 줄여야겠다.
고 예쁜 것들이 작은 입을 짝짝 벌리며 쌀알을 주워 먹는 걸 보고 싶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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