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얼굴
- 박목월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참새가 한 마리
기웃거린다
참새의 얼굴을
자세히 보라
모두들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이다
아무래도 참새는
할 얘기가 있나 보다
모두 쓸쓸하게 고개를 꼬고서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이다.
이웃집 기와지붕 물받이통엔
어느 날은 물이,
어느 날은 모래가 쌓여 있다.
참새는 어느 날은 모래목욕,
어느 날은 물목욕을 하느라
아침나절 바쁘다.
목욕을 마치고 개운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새벽 5시, 이른저녁 5시가
식사시간
때가 되면 산쪽에서,
사람들 붐비는 로터리쪽에서
옆집 향나무 위에서
하나둘씩 날아든다
모두들 한 방향을 바라본다.
나의 창문 앞
조르르 뿌려질
저희들의 밥상 위로
다 모였구나, 오늘은 한 40마리가 왔네~~
참새는 먹을 때 다투지 않는다.
다른 친구가, 식구가
먼저 먹고 날아갈 때까지
뒤에서 조용히 기다린다
대여섯 번 찍어 먹고 날아갔다
다시 돌아와
묵묵히 기다렸다
다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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