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강원도

단종애사가 서린 청령포(淸泠浦)

맑은 바람 2013. 7. 20. 23:31

 

 

 

비운의 왕 단종-

12세에 즉위, 15세에 숙부에게 왕위를 찬탈 당하고 천만 리 머나먼 땅 영월 청령포에 유배된다.

그의 또다른 둘째작은아버지 안평대군은 뜻을 펴 볼 사이도 없이 형 수양대군(세조)에게 죽임을 당하고  다섯째작은아버지 금성대군은 두 번씩이나 단종 복위를 시도하다가 발각되어 참형을 당한다.

 

조선시대를 인류사에 빛나는 나라로 만든 세종대왕도, 똑똑하지만 욕심많은 자식은 어쩔 수 없어, 가문에 피바람이 일고 어린 손자는 무섭고 외진 산골에 버려졌다가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었으니, 원통하여 저승에서도 편히 쉴 수 없으셨겠구나. 

 

어제까지만 해도 물이 불어 건널 수 없었던 청령포-

모처럼 비가 그치고 물이 빠져 배를 탈 수 있었다.

도선료가 2000원인데 경로우대금액은 200원이다.

혜택을 입을 때마다 나라에 감사하고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다닐 수 있음에 감사한다.

빠른 물살을 헤치고 배는 채 10분도 안 되서 일행을 건너편 뭍에다 내려놓는다.

 

 흙탕물이 도도히 흐르지만 우리는 배를 탈 수 있었다

 

 

노래말이 애절하다

 

 단종어소 옆, 궁녀 및 관노들이 기거하던 행랑채

 

 단종어소(端宗御所)와 비각

 

 단종의 시 한 수가 걸려 있다.

 

천추의 원한을 가슴깊이 품은 채(千秋無限寃)

적막한 영월 땅 황량한 산 속에서(寂寧荒山裡)

만고의 외로운 혼이 홀로 헤매는데(萬古一孤魂)

푸른솔은 옛동산에 우거졌구나(蒼松繞舊園)

 

고개 위의 소나무는 삼계에 늙었고(嶺樹三天老)

냇물은 돌에 부딪쳐 소란도 하다(溪流得石喧)

산이 깊어 맹수도 득실거리니(山深多虎豹)

저물기 전에 사립문을 닫노라(不石掩柴門)

 

                    영조대왕 친필 <단묘재본부시유지>비:'단종이 이곳에 계실 때의 옛터'라는 뜻>

 

 단종이 머물던 본채

 

 어리고 힘 없어서 숙부에게 당한 설움을 어찌 표현할 수 있을까?

 

                 <관음송(觀音松)>

                 수령 600년이 넘은 소나무

                 단종의 생활을 지켜보고 그가 오열하는 소리도 들었다는 소나무

 

 <망항탑> 단종이 한양의 왕비 송씨를 생각하며 돌을 쌓았다고 한다.

 

삼면이 물, 뒤는 육육봉이 험하게 자리잡고 있다  타의에 의해 머물면 감옥, 자의에 의해 있으면 요새

 

 <노산대> 해질 무렵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던 곳

 

 

  2000년 4월 영월군수 김태수가 지은 <단종어가 낙성 고유 축문>

 

단종어가 낙성고유축문

경진년 2월(2000년 4월 6일)

영월군수 김태수 감히 고하나이다

 

단종대왕이시여  

나라의 운이 크게 돌아와 영월의 상서로운 복이 오도다( 國運回泰 寧越

신위를 봉안하여 지성으로 예를 행합니다   (奉安神位 至誠行禮)               

대왕께서 돌아가신 후 어가를 돌보지 못하다가  (大王薨後 不顧御家)       

군민의 총의를 모아 금일에야 낙성하게 되었으니(群民總意 今此落成)

슬픔마음 이길 길 없고 신민된 충절 부족함을 진실로 뉘우칩니다(不勝悲憾 懺悔不忠)

4천만 국민 모두가 대왕의 외로운 혼을 슬퍼하고 슬퍼합니다 (四千萬民 哀哀孤魂)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흐르는 눈물 금할길 없습니다(懷憶往事 不息落淚)

비록 하늘 저편에 계시나 뭇별들이 숭앙하고 있습니다 (雖位昊天 衆星供仰)

어가를 복원함이 너무나 늦은 느낌이 있으나  (復元御家 晩時之歎)

이제 청령포 옛 어가에 다시는 지난날과 같은 어지러움 없을 것이니 (淸泠古宅 作亂不復)

평안하게 강림하여 백성들의 추앙함을 받으소서  (平安降臨 受百姓享)

엎드려 비옵건대 (伏惟)

존령이시여 흠향하소서  (尊靈 歆饗素饌)

더욱 우리를 비호하여 주시고 영월을 평안케 하여 주소서 (尤加庇護 維保寧越)

이에 감히 고유드립니다 (玆敢告由 虔告謹告)

 

 

154

 

                     

                     천만 리 머나먼 길에 고운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왕방연(금부도사 왕방연이 단종께 사약을 내리고 돌아서 가는 길에 청령포를 바라보며 읊은 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