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강원도

청평사의 가을

맑은 바람 2013. 10. 23. 08:49

 

 

아침 750분에 집에서 출발, 4호선-1호선-중앙선-경춘선을 타고 춘천행-

오늘은 스무 살 친구들과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청평사>엘 가기로 했다.

다섯 명이 대학도서관에서 함께 아르바이트하며 공부했던 각별한 인연이 있어 모임이름도 <**라이브>

 

종착지 <춘천역>에서 내렸다.

역 바로 길 건너 버스승강장에서 <소양강정상>까지 가는 11번 버스(12, 150번도 있음)를 탔다.

최근에 한번 다녀갔던 코스라 익숙하게 길안내를 한다.

소양강 정상에서 아래쪽으로 선착장이 있다.

하루 3번만 뜨는 <양구행 유람선>은 바로 전에 떠나고 우리는 <오봉산 청평사> 유람선에 올랐다.

아직 단풍이 온 산에 번진 상태는 아니지만 호수 위의 산은 여기저기 연붉은, 샛노란 빛깔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흰구름을 듬성듬성 흩뿌려 놓은 듯한 파란 하늘,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호수 위를 배는 10여분을 미끄러지듯 달리더니 <청평사 선착장>에 우리를 쏟아놓는다.

 

아침부터 서둘러 나온 터라 공복감이 찾아왔다.

전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 집을 찾아들어 <더덕구이정식>을 시킨다. 예상대로 더덕도 맛있고 나물도, 김치도 맛있다. 시장이 반찬이고 날씨 좋고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어 더욱 그랬나 보다.

 

포만감에 젖어 쉬엄쉬엄 산을 오른다.

산이랄 것도 없는 약간의 경사진 길을 따라 오르며 계곡의 물소리, 폭포소리, 당나라 공주동상도 보면서

웃으며 이야기하는 중에 절 안으로 들어섰다.

 

 

 

 

 

 

주인(스님)은 보이지 않고 절 마당엔 온통 관광객만 북적거린다.

절이 본격적인 관광지가 되기 전엔, 조용한 山寺에 찾아들면 마당을 거닐던 스님이 합장하며 맞아주고

두어 마디 禪問答처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때로는 절방에 안내되어 스님으로부터 차 한 잔을 대접받으며 세속의 먼지를 털어내곤 했는데 이제는 꿈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절을 한 바퀴 돌고 바람도 햇볕도 좋은 나무 밑 의자에 앉아 깊어가는 가을 산사의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마신다.

모처럼 만나 좋은데 안내해 주어 고맙다는 친구들의 찬사를 듣는다.

 

 

 

 

 

 

한때는 너도나도 푸르름에 젖어 그 본연의 빛깔을 알 수 없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누구는 노랗고

누구는 빨갛고 누구는 푸르름 그대로 간직하고 사는 모습이 가을산과 그대로 닮아 있다.

 

인생도 자연과 함께 그렇게 물들다 하나둘씩 떨어지는 것일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