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지면서 요즈음 두어 시간 정도만 걸어도 무릎이 아파온다.
특별히 하는 운동은 없지만 늘 걷기를 좋아하며 그저 ‘걷기가 최고!’라 했었는데 그 믿음에 적신호가 켜졌다.
나이 들면 물에서 하는 관절 운동이 무릎통증을 낫게 하는 데는 제일 좋다고 사람들이 누누이 말한다.
그런데 한여름 빼고는 물도 잘 마시지 않는 체질이라 물속에서 노는 건 더 취미가 없었다.
두어 번 수영 배울 기회를 가졌으나 이내 맥주병 신세를 면치 못한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어 동네 국민생활관을 찾았다.
화목토, 오후 2시에서 50분 동안 하는 <아쿠아로빅: 물에서 하는 에어로빅>을 신청했다.
언제 적 입었던 건지 기억도 까마득한 수영복을 찾아내 입고 첫 수업에 들어갔다.
선뜩하게 닿는 물이 호감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덩~~
머리까지 다 들어갔는데 발이 닿지를 않는다. 순간 당황해서 얼른 밖으로 나왔다.
어느 틈에 강사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얕은 쪽으로 가서 하시란다.
풀장은 수심이 1.2m에서 1.5m였다.
내가 풀장을 싫어하는 이유 중의 하나를 알았다.
얕은 데를 들어가도 목만 나오니 겁부터 나는 거다.
7개의 라인 중 사람이 가장 적은 데로 들어가서 강사의 동작을 바라본다.
빠른 템포의 금속성 음악에 맞추어 유연하게 팔다리를 흔드는 젊은 선생의 몸놀림을 따라 해본다.
될 리가 없다. 팔 따로 다리 따로 논다.
다른 수강생들을 살핀다.
대개가 칠팔십 대 노인- 구부정한 허리로 지팡이를 풀장까지 짚고 들어오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모두들 진지한 얼굴로 선생의 동작을 따라 물속에서 열심히 다리를 움직인다.
50분 수업 동안 강사는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 동작을 지속한다.
그러면서 팔 동작을 변화 있게 연출해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싱싱하고 탄력 있는 몸동작으로 무대 위의 연기자처럼, 신들린 사람처럼 춤추는(?) 선생을 보면서 물속의 노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데 선생은 왜 나 같은 초짜들도 여럿 있는데, 첫 시간부터 아무런 설명도 지시도 없이 그저 시범 동작만 하는 걸까?
수강생들이 고령의 노인들이라 학습 능력이 없어서 그러나?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시간은 금세 50분을 가리킨다.
그래, 아직은 '앓느니 죽지' 할 때는 아냐~
이렇게 선배언니들이랑 물속에서 신나게 춤추며 놀아보는 거야.
놀다 보면 다리에 근육도 붙고 통증도 사라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