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말야, 종일 집에 있으면서 아침 먹고 치우고, 점심 먹고 치우고, 또 저녁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그만 화통이 폭발했어.
설거지통 안에 그릇들을 있는 대로 떨그럭거리면서 씻는데도 아무도 내다보지를 않는 거야.
점점 더 부아가 치밀어 참다못해 남편 방문을 벌컥 열었지.
“이게 뭐야, 하루 종일 먹고 치우다 시간 다 보냈잖아!! 한번쯤 도와주면 안돼?”
있는 대로 소리를 버럭 지르니까 남편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뛰쳐나오더구나.
“내가 할게.”
사실 설거지는 이미 다 해놓고 심통을 부려 본 거지.
오늘 아침, 부엌에 있는데 남편이 방에서 나오면서 아침인사를 하는데 대꾸도 안했지.
나 아직도 화났다는 표시로 말이야.
아들도 마찬가지로 인사를 하는데 못들은 척했어.
밥 뎁히고 찌개 끓여 놓고 상추 씻고 고기도 볶아놓고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와 버렸어.
‘아무 때나 먹든지 말든지--’ 속으로 궁시렁거리면서 말이야.
‘뭐 하나 아쉬운 거 없이(?) 살면서 배불러서 그러냐?’
하고 누가 물으면 할 말은 없다만, 그래서 매일매일 감사하며 살라지만, 내가 건강하게 살아있는 한 늘 해야 할 일인 솥뚜껑 운전사-왜 진력이 나지 않겠어.
옛날 우리 시어머니 마음 이제 알겠더라구.
나이 육십 안팎에 며느리 얻어, 해주는 밥 먹어 가며 한시름 놓고 살아볼랬더니, 결혼하자마자 연년생으로 손주새끼들만 주루룩 낳아놓고 직장이다 뭐다 다니면서 밥시간 놓치는 일이 허다하지, 당신은 당신 시어머니 돌보랴, 남편 시중들랴, 손주새끼 치다꺼리하랴--손이 여섯 개라도 모자라는데, 거기다 일에 치어서 살다보니 무릎이 다 망가져서 일어나고 앉는 일이 고문 당하는 것처럼 고역이고--그렇게 대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다 가셨어. 생각하면 미안하고 염치없어.
그분의 삶에 비하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일도 아니건만, 말을 타면 종을 두고 싶다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 한 열흘이고 보름이고 어디로 훌쩍 떠나 남이 해주는 밥 먹고 한갓지게 쉬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아.
요새 무릎이 시원치 않으니까 더 짜증이 나나 봐.
어제 행패(?)를 부린 효과가 금세 나타났어.
아들은 점심 설겆이, 남편은 저녁 설거지를 해주겠다네.
그 말만 들어도 웃음이 절로 나오고 기분이 좋아지니 내가 괜한 심술을 부린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