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가을 햇살 아래

맑은 바람 2013. 10. 27. 21:36

 

기온이 갑자기 뚝 떨어져, 옷을 제대로 챙겨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는 늦은 저녁 귀가할 때면

오르르 떨기가 십상이다.

그럴수록 햇빛 좋은 낮 시간에 이것저것 하자니 몸과 마음이 바쁘다.

 

여름내 눅눅해졌던 이부자리를 내어 말린다. 껍데기를 씌워 다시 또 말린다.

장롱 속에 칩거했던 겨울옷들도 꺼내서 햇볕과 바람을 쏘여준다.

여름옷들도 며칠에 걸쳐 빨아서 바짝 말린다.

깨끗이 삶아서 널어놓은 흰 속옷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가을 햇살 아래 빳빳이 말라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절반은 따먹고 나머지 대추들은 채반에 담아 베란다에 널어놓는다.

이삼일 말리면 쪼글쪼글한 할머니 얼굴이 된다. 겨우내 대추차 끓여 먹을 생각으로 뿌듯하다.

끝물 고추도 마저 따서 말리고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국화꽃도 말린다.

말라가는 꽃향기가 은은하다.

 

 

 

 

김치 몇 포기 담그면서 나온 무시래기도 삶아서 널어놓는다.

수세미로 슬슬 문지르기만 해도 잘 까지는 햇생강을 저며서 일부는 생강차용으로 담가놓고

일부는 실에 꿰어 빨랫줄에 매달아 놓는다. 한나절이면 꾸덕꾸덕해진다.

 

날로 기력이 떨어져 가는 우리들처럼 가을 햇살도 곧 기운이 쇠해질 것이다.

한창 햇살 좋을 때  마음속 창문도 활짝 열어 햇빛 좀 쪼여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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