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여보, 미안해

맑은 바람 2014. 2. 9. 21:53

 

 

우리 집 뜰의 나무와 풀들은 금강이(대형견)똥과 음식물 찌꺼기와  EM덕분에 건강하게 잘 자란다고 믿고 이제껏

(10년 가까이) 그것들을 마당에 묻고 꽃과 나무를 키웠다.

음식물과 분변 재활용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깔끔한 남편은 처음부터 이런 내 태도를 마땅치 않게 여기며 종종 잔소리를 하면서도 참고 넘어갔다.

 

오늘 드디어 폭발-

음식물 쓰레기 속에 생선 가시를 넣어둔 게 화근-

그러나 여느 때처럼 벌컥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라, 오만상을 있는 대로 찡그리고 거의 울상이 되어 (지긋지긋하게 말 안 듣는 마누라에게 이젠 지쳤다는 듯이)

“제~발, 말 좀 들어. 내다 버리라구~.”

뜻밖의 태도에 순간, ‘아유, 이제는 안 되겠다. 저러다 혼절하겠네.’하는 생각이 스쳤다.

 

내가 아무리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도 더 이상 설득이 안 되면 포기해야 한다.

앞으로 손님들이 수시로 드나들 텐데 마당에 개똥 내와 음식물찌꺼기 냄새를 피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는 게 남편의 생각이다.

 

내일부터 음식물은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금강이똥은 동물협회와 혜화동 주민센터에 문의 해서 알맞은 방법으로 배출해야겠다.

여보, 그동안 속 끓게 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