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몸의 등불이다. 그러므로 네 눈이 맑으면 온몸도 환하고, 네 눈이 성하지 않으면 온몸도 어두울 것이다. 그러니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면 그 어둠이 얼마나 짙겠느냐?(마태오 복음 6:22-23)
그녀는 20대까지도 잘 보이던 눈이 어느 날부터 점점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눈이 잘 보일 때 만났던 정상인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정상인 못지않게 새색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빨래도 하고 요리도 하고--
어떻게 그렇게 잘하느냐니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게 속편하고 좋아서 자꾸 하다 보니 무엇이든 다 할 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마술사의 손이 장미꽃을 피워내듯, 그녀는 오직 손끝의 감각만으로 온갖 모양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색종이 작품을 만들어 낸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알록달록하고 영롱한 구슬소리도 나는 모빌도 만들고, 세상으로 나와 뚜벅뚜벅 잘 걸어가기를 소망하며 깜찍하고 예쁜 꼬까신도 만들어 놓았다.
그녀의 一擧手一投足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멀쩡한 두 눈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요즘 가까운 친구들이 하나둘 눈에 심각한 문제가 와서 생활이 불편해지고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남의 일 같지 않아 가슴이 철렁하고 易地思之의 심정이 되어 마음이 무거워진다.
다리가 아프면 집에 있으면 되고, 허리가 아프면 누워 있으면 되고, 이가 시원찮으면 덜 먹으면 되고, 귀가 어두우면 들리는 것만 듣고 한다지만, 몸 전체에서도 눈의 비중이 80%라는데 어찌 견뎌내야 하나 하면서 눈먼 그녀의 용기 있고 당찬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나이의 절반밖에 살지 않은 그녀가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저토록 다부지게 사는데, 우리도 이제부터 또 하나의 등불인 마음의 눈을 밝히며 살면 무슨 일인들 못하랴~~
친구야, 수술이 잘 되었다니 진심으로 축하한다.
기운내고 그동안 너무도 고생시킨 눈 좀 이제 쉬게 해주렴.
우리에겐 아직도 써먹을 부품들(?)이 많이 남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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