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덕유산 한옥학교>에서 띄우는 소식

맑은 바람 2014. 2. 28. 00:14

 

매일 저녁 7시 20분쯤이면 어김없이 폰이 울린다.

큰아들 음성이 전해온다.

-엄니, 오늘은 뭐하셨슈?

-응, 오늘은 친구들이랑 찜질방에서 놀다왔어, 넌 뭐했니?

-오늘은 대들보 깎었어요, 5m짜리~

-윽, 그렇게 큰 걸~ 여럿이 했겠네.

-아뇨, 넷이서 하나씩 맡아서 깎었어요.

-무거운 거 다룰 때 조심해라.

-네, 엄니도 운동 거르지 말고 우유 꼭 챙겨드세요.

지난 1월 13일, 아들은 책상머리 10년 공부를 훌훌 털고 덕유산으로 갔다.

해 뜨면 일어나서 아궁이 불 때기, 스스로 밥 지어 먹기, 작업장에서 끌 갈고 나무 켜기,

저녁 먹고 치우고 손빨래하기, 작업일기 쓰기, 책 좀 보기 그리고 수면-

잠이 꿀처럼 달단다. 날로 머리가 맑아지고 팔다리에 힘이 붙는단다.

어련하랴~

덕유산 그 맑은 정기 속에서 육체노동을 하느라 잡념이 일어날 새가 없으니--

주어진 짧은 기간 동안 목수공부를 제대로 하고 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엄마의 작은 바램은

심신의 찌든 때를 벗고 에너지를 충전해 왔으면 하는 거다.

 

이제 돌아오면 내 집을 고쳐가며 <게스트하우스>를 열 예정이다.

덕유산에서, 한옥학교에서 몸 공부 마음공부 하고 있으니 기다리는 나도 즐겁고 가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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