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혜화동 군밤 할아버지

맑은 바람 2014. 11. 21. 23:23

혜화동 로터리 우체국쪽 <롯데리아> 앞에  군밤장할아버지가  있다.

여름에도 그 자리에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 와 군밤을 파는 할아버지-

자세히 보니 옥수수도, 고구마도 있다.     

 

                                           

 

내가 혜화동으로 처음 이사온 12년 전에도 그곳에서 군밤을 팔고 있었다.

세월이 그 노인을 비껴 가는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습이다.

 

오늘은 포메라이언 두 마리와 함께 있길래 사진을 찍고 싶다니까 쾌히 허락한다.

사실 내가 찍고 싶은 건 노인이었는데--

 

이리저리 사진을 몇 장 찍고 있는데 작은 놈이 지나가는 개를 보더니 왈왈 짖으며 폴짝 뛰어내려 구도를 망쳤다.

다시 기다리고 있으니까 노인은 강아지를 제자리에 올려놓아 주었다.

 

잠시 귀찮게(?)한 게 미안해서 구운 옥수수 두 개를 사들고 자리를 뜬다.

그 노인의 얼굴은 늘 석상처럼 변화가 없다.

이 겨울도 그 자리를 의연하게 지키고 앉아 오가는 이의 시선을 잠시 잡아둘 것이다.

그러다가 그들은 자기도 모르게 호주머니를 뒤져 군밤 몇 톨 사고싶은 마음이 들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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