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경기도

<和談숲>으로

맑은 바람 2015. 6. 14. 18:39

중국문화원이 금주 임시휴강을 통보하고, 매주 금요일 열리던 허준약초학교도 임시휴강 조치를 취했다.

갑자기 시간을 번 것 같은 느낌~~

얼마 전 어떤 친구가 ‘화담숲이 참 좋더라’ 는 말이 귓가에 맴돌던 차에 마침 잘 됐다 싶어 경기도 곤지암 인근에 있는 화담숲으로 떠났다.

 

금요일임에도 주차장이 썰렁하다.

산책 코스가 여럿 있는데 대체로 두세 시간 정도면 전체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규모다.

모노레일로 도는 코스도 있는데 우린 기냥 쉬엄쉬엄 걷기로 했다.

햇살은 따가웠으나 숲속길이라 때때로 불어오는 산들바람 덕분에 걸을 만했다.

 

 

 

천년단풍

 

 

 

같이가, 혼자만 다니지 말고~

 

 

뜰보리수

 

 

약모밀

 

 

까치수염

 

숲길에서 만난 젊은 부부들은 칭얼대는 아이들을 추스르느라 진땀을 뺐다.

영상물에 중독된 대부분의 요즘 아이들이라, 푸나무마다 제각기 생소한 이름표를 달고 어서 오라고 아무리 손짓을 해도 다리만 아프고 시큰둥 흥미를 못 느끼나 보다.

 

아주 오래 전 작은애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일이 떠오른다.

경주 인근의 ‘影池’를 간 적이 있었다.

현진건의 <무영탑>의 소재가 된, 아사녀와 아사달이 몸을 던졌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온다는 영지-

주변에 볼거리도 없이 조그만 연못 하나 초라하게 있는 걸 보고 작은애가 한마디 툭 던진다.

“이게, 뭐야~~”

뭔가 전해 주고 싶어 거기까지 간 엄마 맘을 몰라준 그 말에 난 터무니없이 화를 냈다.

얼마나 자신 위주였던가 생각하니 쓴웃음이 난다.

 

                                                           동갑내기 해송 분재

 

110살 모과나무 분재

 

95세 주목

 

44세 젊은 향나무

 

최고령 121세 적송

 

수양산딸나무

 

황금조팝나무

 

  놀다걷다쉬다 세 시간 가까이 한 바퀴 돌고 나니 무거웠던 허리가 가벼워지고 머리도 맑아졌다.

곤지암까지 왔으니 소머리국밥 한 그릇 먹고 가지 않을 수 없다 하고 <배연정소머리국밥>집을 찾았다.

전에 보던 간판과 건물은 안 보이고 커다란 주차장 한쪽에 출입구 표시가 있어 그리로 들어갔다.

본 건물로 이어지는 입구가 아닌가 했더니 썰렁한 좌석 스무 개 남짓이 전부였다.

    ?  ?

맛은 거기서 거기고 ‘왜 이렇게 쪼그라들었을까’ 먹는 내내 그 의문뿐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검색을 해보니 배연정은 지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삶이 단 한순간도 만만치 않음에도

‘이렇게 좋은 오늘’

가고 싶은 데 가고

보고 싶은 거 보고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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