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봉원사 연꽃이 축제를 벌였다
햇살만이 고요히 부서져내리고
인적조차 드믄
그런 오후
연꽃이었다 / 신석정
그 사람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
눈빛 맑아,
호수처럼 푸르고 고요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침나절 연잎 위,
이슬방울 굵게 맺혔다가
물 위로 굴러 떨어지듯, 나는
때때로 자맥질하거나
수시로 부서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의 궤도는, 억겁을 돌아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수없이, 수도 없이
그저 그런, 내가
그 깊고도 깊은 물 속을
얼만큼 더 바라볼 수 있을런지
그 생각만으로도 아리다.
그 하나만으로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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