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하늘이 잿빛으로 내려앉았더니 낮부터 비가 내린다.
오랜만의 단비-비가 반가운 건 저 뜰의 나무와 풀들이 나 못지않을 거다.
옥잠화가 꽃을 피워낼 때가 됐는데 저리 잎만 무성한 것은, 비비추의 이파리가 노랗게 말라가는 것은, 풍접초도 그 화려한 화관을 얹지 못하고 비슬비슬 겨우 제 모습만 지탱하고 있는 이유는 모두 너무 오랫동안 목이 말라서 일거라고 생각한다.
잎만 무성한 옥잠화
비실비실 풍접초
가지가 크는 속도가 떨어졌다
탐스런 토마토
곱게 물들어가는 고추
태양초 몇 백 그램(?)은 얻을 수 있을까?
여름꽃 목백일홍(배롱나무)
선홍빛이 마음까지 환하게~
지렁이똥(금강이똥+음식물+EM발효액)으로 자라는 분꽃
보라꽃을 피우는 비비추
꿋꿋한 소년 맥문동
올해 첫 수확이 기대되는 석류~
작년보다 몇 배 많이 달린 대봉감
지렁이가 키우는 대추들
뭐니뭐니해도 아침마다 물 주고 퇴비도 주며
애지중지 기른 정원지기 우리 영감이 유공자!!
담쟁이가 저 혼자 그림을 그린다
달개비꽃(닭의장풀)
작은 꽃이 더 예쁘다~~
물이 없는 여름-
지금도 지구 어디쯤에 한 바가지 마실 물을 위해 몇 km를 가는 여인의 대열이 있지만 ‘산 좋고 물 맑은’ 곳에 태어나 그야말로 평생 ‘물 쓰듯’ 펑펑 물을 쓰며 살아온 우리.
아침에 눈뜨자마자 가는 곳이 화장실 그리고 부엌-하루 일과를 물로 시작해서 물로 마무리하는 일상에서, 어느 날 반나절만이라도 한 방울의 물도 구경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체면이니 교양이니 하는 것들이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허울이 벗겨지고 본능만 남은 인간의 모습은 참으로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오늘은 비가 더도 덜도 말고 한 두어 시간 쏟아져서 뜰의 푸나무들 물 흠뻑 들이키게 했으면 좋으련만 글 한 줄 쓰는 동안 어느새 실비(細雨)가 보일 듯 말 듯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