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강원도

그때 그맛집-오대산 산채일번가

맑은 바람 2015. 12. 11. 00:23

 

겨울 여행은 적막하고 쓸쓸하다.

形形色色으로 피어났다가 꽃보라를 흩날리는 봄날의 찬란함도 없고 滿山紅葉을 마주하는 흥분도 없다

 비안개 속에 묵묵히 버티는 淡墨色의 겨울산은 노년의 우리들 모습이다.

 

눈 소식이 있어 여행 중 흩날리는 눈발이라도 마주할라나 했더니 大雪도 지났는데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린다.

그나마 이번 여행이 괜찮았던 건 먹거리 덕분이다.

어젠 속초 <물치항> 부근에서 이 계절 아니면 먹을 수 없다는 곰치탕을 먹었다.

미끄덩거리는 육질이 비호감이지만 속풀이 해장국으로는 그만이라고 남자들은 찬탄을 아끼지 않는다.

뜨거운 국물을 연신 퍼 넣으면서 씨원-하다고 말하는 게 곰치탕이다.

저녁 잘 먹고 큰일 치를 뻔한 사건이 있었다.

식당 앞 수족관에 곰치(물곰, 물텀벙)들이 뻐끔뻐끔 작고 귀여운(?) 입을 동그랗게 벌리고 수면으로 떠오르길래 손으로 툭 쳐보았다. 입가에 살짝 손가락이 스치는 정도였는데 갑자기 뜨끔거리며 가렵기 시작했다.

순간 기분이 이상해서 물로 닦고 싶었다. 물은 없고 다른 손에 침을 묻혀 그 부위를 닦았다.

좀 있으니 가려움증이 사라진다.

나중 알고 보니, 곰치 입에 독샘이 있어 물리면 신경과 순환기 계통을 마비시킨단다.

으아악--

 

아침엔 울산바위부근에서 학사평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작년에 갔을 때 주인아주머니가 무척 친절하고 따뜻해서 다시 찾아간 집이다.

기대에는 못 미쳤으나 먹을 만했다.

 

점심은 월정사 앞에서 먹기로 했다.

절 입구 매표소의 직원이 흘끗 보더니 입장료는 무료고 주차비만 내란다.

척보기만 해도 아시네요?” 했더니

그럼요, 여기 앉아서 하는 일이 그건데요,

겸손하기까지 하고 입장료 없이 거저 들어가는데도 기분은 묘하다.

아직 칠십 나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걸까?

 

간간히 뿌리는 비를 맞으며 절을 한 바퀴 돌고 찜해 두었던 식당으로 간다.

남편도 맛있다고 할까 어떨까?

2년 전에 와서 아주 맛있게 먹어서 또 왔다고, 맛이 그대로냐고 했다.

바보 같은 질문--

 

기대한 대로 밥상 가득 山菜가 차려진다. 24가지다.

한 젓가락씩 먹어도 밥이 모자랄 지경이다.

충청도 사람이라 그런지 속내를 바로바로 표현하지 않는 영감의 표정을 살핀다.

영감은 된장찌개가 맛있다고 말한다.

그럼 됐어!’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집에서는 절대로 그렇게 많은 종류의 나물을 차려 볼 재간이 없는 나는, 남은 음식이 아까워

싸가기로 한다. 스티로폴 도시락에 차곡차곡 담으니 두 번 비빔밥을 해 먹을 수 있겠다.

 

월정사에 가게 되거들랑 꼭 들리라고 말하고 싶다.

<오대산 산채 일번가>

 

 

                    아삭아삭하고 향긋하고 고소하고 구수하고 부드럽고 매콤하고 짭조름하고--

 

 

2013년 1월 월정사, 그때는 눈꽃이 볼만했는데--

전나무숲길이 펼쳐지는 일주문 앞

 

눈속에 적막고요한 <월정사>

 

푹신한  솜이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