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 이븐 바투타와 함께한 이슬람여행
팀 매킨토시-스미스 지음/신해경 옮김
읽은 때: 20160718~0828
팀의 여행기간: 1년
곳: 탕헤르~크림반도(모로코-카이로-시리아-오만-도파르-쿠리아무리아제도-아나톨리아-크림반도-콘스탄티노플)
여행기 분량: A5용지 856장
저자 팀은 영국의 한 성공회 신자로 예멘의 수도 구시가지 꼭대기 탑에서 당나귀 시장을 내려다보고 살고 있다.
그는 우연히 책방에서 14세기 모로코인의 여행기(이븐 바투타의 <여행기>)를 만난다.
그리고 오랫동안 벼르고 준비한 후 31세가 되던 해에 그 여행기 저자의 발자취를 따라 일 년간 한 손에 책을 들고 여행에 나선다. 이 책은 ‘여행기 속의 여행기’가 되는 셈이다.
이븐 바투타의 기록 자체가 신빙성이 없는 부분이 더러 있거나 많다 하더라도 팀은 충실히 그의 발자취를 더듬는다.
때로는 당나귀 대신 고물 짚차를 타고--
이바(이븐 바투타)를 따라 유랑하는 작가의 여행은 어떤 대상에 대한 견문과 여정의 기록에 그치지 않고 ‘사유’하며 이슬람 문명에 천착한다.
따라서 팀의 여행은 이바가 방문한 모스크의 자취를 찾고 무수한 성인들의 무덤을 찾는 ‘무덤여행’이기도 하다.
**이븐 바투타(1304~1356):
14C 모로코인. 라와타족 출신.
21세에 고향을 떠나 29년간 12만km를 여행하면서 1500여명을 만났다.
역사상 최고의 여행가. 대담한 여행가이면서 재물에 욕심이 많았다.
그러나 한편 관대하고 친절한 사람이기도 했다.
이슬람인들의 전통에는 귀족 계급이나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들은 연대학과 천문학을 배운 다음 고등교육의 마지막 단계로 메카로의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기질적으로 유전자가 남다른 이들은 ‘무한한 우주도서관을 훑으며’ 방랑을 멈추지 않는다.
여행은 “물 한 방울에 담긴 대양을 보고 티끌 속에 감싸인 태양을 보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한다.”
최초의 마그리브 여행작가 유하야븐 하캄은 AD 840년에 콘스탄티노플을 방문했고, 그밖에 안달루시아인 여행가로 비교인류학적 관심이 높았던 아부하미드, 모로코의 하하 마을 출신의 독설가로 카이로 사람에 매우 비호감적인 글을 남긴 알 압다리, 마그리브 출신으로 스스로를 ‘세속적인 유적사냥꾼’이라 칭한, 성미 까다로운 여행자 이븐 사이드, 가 있고, 발렌시아 출신으로 유머와 쉽고 명료한 문장으로 십자군 세력이 강했을 때의 기록도 남긴 이븐 주바이르(1145~1217)는 이븐 바투타 이전의 가장 유명했던 여행작가이다.
(난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이 수십 년 만에 찾아온 폭염의 시간 속에서 541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을, 대상포진을 앓아가면서 마침내 다 읽어냈다. 스스로에게 찬사를 보낸다. “잘했어, 대단해!”
인내의 시간을 연마할 만큼 이 책은 나름 마력이 있다.
그것은 여행사의 패키지 프로에조차 없는 나라들-예멘, 오만,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흑해의 크림반도—그 낯선 공간을 유영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여행기 서문에 인용된 시
여행하라, 길을 떠나 새로운 초원으로 향하라.
발이 길에 쓸릴 때 삶은 더 풍부한 맛을 낸다.
정체된 물은 마실 수 없나니
흐르는 물만이 진정으로 달콤하여라.
사냥하지 않는 사자는 먹이를 잡지 못하고
시위를 떠나지 않는 화살은 점수를 얻지 못하리라.
하늘에 움직이지 않고 걸린 태양은
머지않아 우주의 구멍이 될 뿐이니라.
백단이 원래 숲에 있으면 그저 땔나무가 될 뿐이고
금도 채굴되지 않고 광맥 속에 있으면 한낱 먼지일 뿐이다.
정지된 것은 가치가 없나니
오직 길 위에서만 가치를 얻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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